다음달 1일 본격 취임을 앞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 사진=김동연 캠프 제공)
1357만 경기도호(號)의 새 수장으로 김동연(62)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김 당선인은 이재명 전임 지사의 주요 정책을 계승해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발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 당선인은 지난 2일 당선 직후 SNS를 통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민생을 돌보면서 질 높은 성장을 통해 상생의 사회로 가는 길을 만들겠다"며 "도민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더 도약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명작동화와 경기찬스'...전임 이재명 정책 계승
김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이재명 전임 지사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며 '명작동화' 형태로 15개의 정책을 발표했다. 명작동화는 이재명의 '명'과 김동연의 '동'을 조합한 합성어로 '이재명이 만들고 김동연이 꽃피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동연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이재명 전 지사의 도정 철학과 정책을 계승하겠다며 공언했다.

그는 먼저 '기본소득' 확대를 약속했다. 기본소득은 이재명 전임 지사의 최대 역점사업이다. 김 당선인은 기본소득을 문화예술 활동으로 확대하고, 현재 17개 시군에서 실시중인 '농민기본소득'과 만 24세 모든 청년에게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도 그대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극저신용대출'도 확대한다. 극저신용대출은 극저 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연 1% 저금리로 3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김 당선인은 금융권과 연계해 극저신용대출을 상시 운영체제로 바꾸고, 기부금 제도를 도입해 극저신용대출을 키울 요량이다.


김 당선인은 '긴급끼니돌봄제도' 공약도 내놨다. 긴급끼니돌봄은 갑작스런 해고나 폐업 등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도민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제도다. 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농식품 바우처 제공을 확대하고 이재명 전임 지사 시절 도입한 '어린이건강과일 공급'과 '먹거리 그냥드림'도 확대 추진키로 했다.

공공산후조리원과 플랫폼 이동노동자 쉼터도 확충한다. 이외에도 도민들의 심야 귀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경기심야버스 및 군 복무 경기청년 상해보험플러스 확대, 경기도 수의법의학센터 설립 등도 추진한다.

이들 사업이 이재명 전임 지사의 정책 계승이라면 '경기찬스'는 오롯이 김동연표 정책들이다. 경기찬스는 김 당선인이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아빠찬스'(자식이 아빠의 직위, 인맥 등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을 빚대어 만든 조어다. 자신이 도지사가 되면 경기도에 수많은 찬스들이 생길 거란 얘기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는 지하철 5호선 및 GTX-D노선 하남 연장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수년 째 헛돌고 있는 수원 군공항 이전 추진, 경기 북부지역 제2의 잡월드 유치, 프랑스 '에꼴 42'와 같은 디지털 인재양성 기관 설립을 통한 소프트웨어 고급인재 1만명 양성도 김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다소 파격적인 공약들도 있다. 50% 반값 아파트 청년 공급과 3만개 스타트업 설립이 대표적이다. 김 당선인이 백혈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큰 아들을 생각하며 대학 총장 때 도입한 파란학기제(수강생이 수업과목을 제안하는 제도)와 애프터유(저소득학생 해외대학 연수) 프로그램 확대 등도 눈길을 끈다.

경기북도신설·버스요금인하…李와 차별화
김동연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경기도 분도'와 '버스요금 인하' 등 이재명 전 지사와는 확연히 다른 정책 공약을 제시한 만큼 이전과는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색깔을 어떻게 입힐지 주목된다.

김 당선인은 후보시절 이재명 전 경기지사 시절 인상한 버스요금을 200원 내려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지난 2019년 주 52시간 근무제와 맞물려 도내 버스운수종사자들의 처우개선 등을 이유로 시내버스 요금을 1250원에서 1450원으로 인상했다. 그 결과 경기도는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서 기본요금이 가장 높은 상황이 됐다.

김 당선인은 수원과 성남에 소재한 군공항을 이전하고 남부권에 대규모 국제공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KTX·SRT 등 철도교통의 경기북부 연장 등 이 전 지사 시절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관심을 내비치면서 차별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신설' 공약은 이재명 전 지사의 의지와는 완전히 반하는 내용이다.

이 전 지사는 재임 당시 경기북도 신설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경기북부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김 당선인은 경기도 분도나 다름없는 '경기북부 지역 대상 특별자치도 신설'을 위해 당선과 동시에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임기 내 완료'라는 일정표까지 제시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김동연 도지사 당선인의 도지사직인수위 관계자는 6일 "올해 안에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추진기구를 구성하고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게 목표"라며 "임기 내 경기북부 특별자치도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철(의정부시을)·국민의힘 김성원 의원(동두천시·연천군)이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해 놓고 있다. 분도 찬성 주민들은 독자적인 행정기획을 위해서는 경기북도 신설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안보'를 이유로 오랫동안 중첩 규제를 받고 있는 부분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뀐 정치 지형… 도의회·시장군수 전폭 지원 여부가 정치적 시험대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며 민선 8기 김동연호(號)를 이끌게 됐지만, 향후 4년 전망은 녹록지 않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모양새여서다.

지난 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압도했던 수도권 광역지방정부 중, 유일하게 경기도만 살아남았다.

수도권매립지, 광역버스·광역철도 등 유기적인 의사소통과 협조가 필요한 수도권 현안 논의 과정에서 경기도가 외딴길에 놓일 가능성이 나온다.

때문에 민선 7기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도정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년 동안 민주당의 압도적인 강세 속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경기지역화폐 확대, 재난기본소득 등 도정 핵심 정책들은 이제 쉽게 나올 수 없는 그림이 될 수도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현안 사업들은 도비와 시·군비 매칭이 이뤄져야 하는데, 당장 절대 다수인 국민의힘 시장·군수가 반대하고 나서면 도가 강제 시행할 수 없다.

각종 조례와 도정 현안에 대한 심의·의결에 나설 경기도의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78석으로 동수를 기록해서다.

민주당이 독식했던 지난 제10대 도의회에선 사실상 이재명 집행부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이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표결로 가게 되면 민선 8기 도 집행부가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

민주당의 전국적인 패배 속, 겨우 지켜낸 경기도지사의 자리는 그만큼 더 엄중한 상황에 놓였다. 정치역학구조 상 전국 최대 수도권 지방정부의 수장으로 윤석열 정부와 맞서야 해서다.

김 당선인은 지난 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성찰이 부족했다. 그것이 대선의 패인 중 하나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고전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며 "민주당의 성찰, 그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개혁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김 당선인은 7일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7일 방문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도지사 당선인이 상대 정당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6·1 지방선거 이후 뒤바뀐 정치지형에 따른 협치 모색 차원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