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연쇄 강진 사흘 만에 사망자가 1400명을 넘어서면서, 골든타임 72시간을 넘긴 구조 현장의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에서 한 여성이 잔해 아래 가족이 매몰돼 있다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사진=뉴스1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강진 발생 사흘 만에 사망자가 1400명을 넘어섰다.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의 절박함도 커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AP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발생한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43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루 전 발표된 920명보다 500명 이상 늘었다.

부상자는 3238명으로 집계됐다. 가족들이 신고한 실종자는 최소 6만8900명에 달한다. 당국은 휴대전화 신호 두절로 연락이 닿지 않는 인원과 중복 신고가 실종자 수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지진은 지난 24일 오후 6시께 베네수엘라 북부 카리브해 연안에서 규모 7.2와 규모 7.5의 강진이 39초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진원이 얕은 강진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수도 카라카스와 라과이라주 등 북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 피해 지역에서는 이후 40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라과이라주 등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주민과 구조대가 무너진 건물 잔해를 헤치며 생존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중장비가 부족한 일부 현장에서는 주민들이 삽과 밧줄, 맨손까지 동원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국제 구조 인력도 속속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엘살바도르, 프랑스 등에서 수색팀과 구호 인력이 베네수엘라에 도착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7개국에서 44개 국제 도시수색구조팀이 파견됐다고 밝혔다. 이들 구조대는 구조 전문가 2245명과 탐지견 140마리로 구성됐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국영방송을 통해 1만4000명이 넘는 군인과 경찰이 피해 지역을 순찰하고 있으며 특별 허가를 받은 인원만 현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해 미국의 지원 의사를 확인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구조 작업 초기 상당 부분이 민간인 중심으로 이뤄졌고 군인, 소방관, 경찰 등이 참사 규모에 비해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정부 인력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당국 대응이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호 물품과 자원봉사자를 실은 차량이 피해 지역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구조대와 구급차 진입이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정부가 출입 허가제를 시행했지만 행정력에 대한 불신이 큰 주민들이 공식 창구 대신 직접 구호물자를 전달하면서 현장 혼란이 커진 것이다.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물리적 손실 규모를 67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해당한다.

UNDP는 이번 추산에 도로와 교량, 전력망 등 공공 기반시설 피해와 경제활동 중단, 장기 재건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 전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직접 피해액의 1.5~3배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번 지진으로 최대 676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긴급 주거 공간과 안전한 식수, 위생·보건 서비스, 의료 지원, 필수 구호품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