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에 위치한 '로제비앙 라포레' 정문./사진=신유진 기자
우여곡절 끝에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의 입주가 이뤄졌다.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에 있는 '로제비앙 라포레'(시공사 대광건영)는 왕릉뷰 아파트 3곳 중의 한 곳이다.
이곳을 포함해 '예미지 트리플에듀'(금성백조) '디에르트 에듀포레힐'(대방건설)은 사적 제202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장릉' 인근에 아파트를 지어 문화재청과 소송 끝에 준공(입주)허가를 받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3개 건설업체(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를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인천서부경찰서는 지난 2일 업체 대표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법원에 문화재청의 공사중지 집행에 대한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지자체로부터 입주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두 아파트도 조만간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인천 서구청은 대광건영의 로제비앙 라포레에 사용검사 확인증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사용검사 확인은 준공 전 공동주택 등 목적물이 계획대로 지어졌는지 확인 후 관청이 입주허가를 내리는 것으로 공동주택 사업의 최종 관문이기도 하다. 법적으로 입주는 문제가 없게 됐다.

로제비앙 라포레 아파트 정문 앞에 입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어수선했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왕릉뷰 아파트' 3곳… 유령도시 느낌도
김포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로 인조 아버지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혀있다. 지난 7일 오후 직접 가본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로제비앙라포레 아파트 정문에는 '입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웃사촌의 입주를 축하드립니다' 등 축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아직 입주가 이뤄지지 않은 인근 아파트 단지 입주예정자협의회에서 보낸 현수막이다.
앞서 로제비앙라포레는 2019년 분양 당시 검단신도시에 공급이 급증하며 미분양이 발생했지만 현재는 분양이 완료된 상태다. 로제비앙라포레 79㎡(이하 전용면적) A타입은 분양 당시 분양가가 3억6576만원이었다. 84㎡ A·B타입은 3억9316만원이었다. 올 6월 네이버 부동산 확인 매물에 따르면 해당 지역 인근 아파트 매매 시세는 4억~5억원대로 형성돼 있다.

로제비앙라포레, 예미지트리플에듀, 디에르트에듀포레힐 3개 단지가 모인 이 곳 신도시에 도착했을 때 받은 느낌은 '답답하다'와 '텅 비어있다'는 것이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들 때문에 '빌딩 숲'의 분위기를 내지만 대조적인 풍경은 주변에 잡초가 무성히 자잔 허허벌판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임을 감안해도 길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 유령도시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여전히 공사를 진행하는 작업자들이 보였다. 단지 내 일부 동은 공동현관문이 열린 상태였다. 현관문 밖에서 내부를 살펴보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고 페인트 냄새가 심하게 났다.

공사가 진행 중인 것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완료됐으니 사용검사 승인이 난 것"이라며 "현재는 하자 등 작은 부분에 대해 보수를 작업하는 중이다. 건물을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적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로제비앙 라포레 단지 옆에 위치한 '예미지트리플에듀'(시공사 금성백조) 아파트가 보인다. /사진=신유진 기자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난 50대 A씨는 "며칠 전 입주했다. 입주 과정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계문화유산 앞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도 문제지만 짓기 전엔 뭘 하다가 다 짓고나서 문제를 제기한 문화재청도, 수수방관한 구청도 다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녀와 함께 아파트를 찾은 예비입주자 60대 B씨(여)도 "입주할 수 있게 돼 안심이지만 '왕릉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속상하다"며 "앞으로 창밖의 무덤을 보고 살아갈 생각에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행복도 잠시, 입주까지의 과정뿐 아니라 앞으로의 여정도 순탄치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로제비앙 라포레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바라 본 모습. 묘지가 보인다. /사진=신유진 기자
'왕릉뷰'에 가려진 공동묘지
진짜 문제는 왕릉뷰가 아니었다. 아파트단지 내부에서 왕릉은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무덤이 눈에 띄었다. 공동묘지가 단지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로제비앙라포레 인근 아파트 입주예정자 C씨는 "왕릉보다 공동묘지가 더 문제 아닌가 싶다"며 "아파트 위로 조금만 올라가도 공동묘지가 잘 보인다. 섬뜩하다"고 말했다.

무덤뷰는 단지 보기 좋지 않다는 미관의 문제일 뿐 아니라 입주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인프라 부족이나 '집값'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입주민들의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12년 입주한 검단의 또다른 무덤뷰 A아파트는 전체 588가구 가운데 70%가 창밖으로 묘지를 볼 수 있었고 일부 세대는 거실 창문을 열면 무덤이 눈앞에 있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는 분양 당시 3순위 청약까지 진행했음에도 588가구 중 '416가구'가 미분양됐다. 분양 당시 최고 분양가는 107㎡ 기준 4억4000만원이었으나 8년의 시간이 흐른 2020년에도 3억원대 거래가 많아 분양가보다 실거래가가 더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평생 모은 자산이었을 아파트 밖으로 펼쳐진 무덤들을 보며 기자도 저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법적인 문제가 없으면 괜찮은 것일까. 법적 시비를 떠나 건설업체들의 도의적 책임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일단 짓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사업방식이 근절되는 계기가 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