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8일째인 14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2터미널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5차 교섭을 마친 화물연대 관계자가 협상 타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주노동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오늘부터 다시 운송을 재개했다. 국토교통부와 협상을 타결했지만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안일한 초기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안전운임제 개정안을 처리해야 할 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14일 국토부와 5차 교섭을 진행하고, 오후 10시40분 경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합의한 내용은 △안전운임제 연장 △안전운임제 대상 품목 확대 논의 △유가보조금 확대 검토 △국회 원구성 종료 즉시 국회에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 보고 등이다.


업계에서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방치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를 불러왔다고 평가한다.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등이 발의해 2018년 4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률」을 개정하며 도입됐다.

안전운임제의 목적은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을 보장하여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것이다. 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의 반발로 안전운임제는 2022년까지 한시 시행한다는 '일몰조항'이 포함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가 유효기간 만료 1년 이전에 그 시행 결과를 분석하여 연장 필요성 등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 하도록 되어 있다. 안전운임제는 2020년에 도입됐기 때문에 개정안에 따라 정부는 국회에 2021년 하반기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일몰되기 1년 전 제도에 대한 시행 결과와 연장의 필요성 등에 대해 국회에 제출할 의무가 있음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한국교통연구원이 안전운임제 시행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 내에 개정안을 처리했다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산업계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일몰제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안전운임제의 효력을 올해까지로 제한하는 부칙을 삭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도 지금까지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 해당 개정안은 발의 직후 소관상임위에서 지난 3월 한 차례 논의되었을 뿐 방치되어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산업계는 안전운임제가 국회의 입법 사안이기 때문에 교섭을 통한 합의로는 궁극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문제는 이를 해결해야 할 여당과 야당이 원구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현재 국회가 개점 휴업상태라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민생에 대한 국회의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지만 파업 중재는 뒷전인 채 의장 선출을 지연시켜 국회 정상화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도입에 앞장 선 민주당이 화물연대의 집단운수거부로 산업계 피해가 확산되자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었다면 운송연대를 만난 자리에서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설득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압도적 입법권력을 가진 민주당이 안전운임제 개정안 논의 지연에 대해 원구성 지연을 핑계로 국민의힘을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