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토종 백신 1호' 초읽기… 속도 내는 먹는 치료제
②"엔데믹, 상황 변했다"… 백신·치료제 개발 중단
③백신·치료제 국산화, 사업성이냐 건강주권이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속하자니 비용이 만만찮고 포기하자니 투자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30여곳의 기업이 뛰어들었으나 현재까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단 1건만 성공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발을 포기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임상을 승인받은 업체는 각각 12곳과 19곳이다. 백신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을 완료해 품목허가를 앞뒀고 유바이오로직스는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은 이래 일동제약만이 상용화에 근접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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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끝났다… "발 빼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들이 사업을 접는 모양새다. 지난해 GC녹십자가 치료제 개발에 손을 뗐고 부광약품과 일양약품도 유효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개발을 중단했다. 대웅제약 종근당 등은 임상 디자인을 바꾸거나 규모를 줄였다. 연초에는 큐리언트가 임상환자 모집의 난항으로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제넥신과 HK이노엔은 각각 지난 3월과 5월 백신 개발을 접었다.업계 안팎에선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진척이 없거나 중단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여러가지가 언급된다. 우선 효과의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치료제 개발 기업 다수가 임상 1상 또는 2상 단계에서 위약(가짜약)과 비교해 뚜렷한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GC녹십자와 부광약품, 일양약품은 유효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종근당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를 임상 2상이 끝나고 긴급사용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임상에서 만족할만한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신풍제약도 유효성 확보에 실패한 채 임상 3상에 진입했다.
개발 비용과 환자 모집도 문제로 꼽힌다. 임상의 경우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수백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의 비용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게 될 경우 그 비용은 천문학적을 늘어난다.
더딘 임상 환자모집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연시켰다는 평가다. 지난 2월부터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쏟아졌음에도 환자모집을 완료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업은 식약처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 단 한 곳뿐이었다. 이는 중증 환자가 적은 오미크론 변이 특성이 한몫했다.
일찍부터 치료제 개발 임상에 진입한 대다수 기업들은 고위험군과 중증환자에 주목했다. 이들은 치료제가 코로나19 중증화를 억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임상을 디자인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 탓에 임상 디자인에 맞는 환자 모집이 어려워진 것이다. 큐리언트가 중증환자 모집 난항으로 치료제 개발 임상 2상을 중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이 개발 포기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높은 백신 접종률, 감염과 자연면역에 따른 높은 항체보유율 때문에 개발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에 들여온 해외 백신조차 일부 폐기돼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HK이노엔은 "코로나19 엔데믹화로 사회적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후기 임상 진입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개발 전략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해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제넥신 역시 "백신의 긴급성이 떨어졌다. 전 세계 각국이 3차 접종을 진행함에 따라 부스터 백신에 대한 수요도 감소했다"며 중도 하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변하면서 이제는 기업들이 포기와 완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라며 "오히려 선택이 늦어질수록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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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없는 마당에 투자 명분도 퇴색"━
그동안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선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초기엔 손해 볼 게 없는 구조였다. 정부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들을 위해 예산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2020~2021년 관련 지원 예산은 총 1482억원에 이른다.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업계의 백신·치료제 개발 행렬을 경계했다. 기초과학 체력이 약한 데다 임상을 완주해본 적이 없는 기업들이 잇따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중 치료제 임상에 진입한 일부 기업이 기존 만들어진 약을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도 전문가들의 눈총을 샀다. 이들은 약물재창출 방식의 경우 코로나19 치료목적으로 만든 게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만큼 성공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임상에 있어서 진척이 없는 현재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조용히 개발을 중단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면서 "이미 사업성마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개발 기업들이 투자를 이어갈 명분도 퇴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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