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지난 4월 15일 이후 두 달 이상 중단됐다. /사진=뉴스1
5000억원대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두 달째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조합이 NH농협은행 등 17개 대주단으로부터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를 통보 받은 데 이어 불법 의혹마저 제기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대주단으로부터 공사비 대출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조합 내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이하 정상위)는 집행부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대주단 관계자는 "향후 사업추진이 불확실하다고 보여 대출연장 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출 만기는 8월로 연장이 불가하게 되면 조합원 1명당 약 1억원 이상을 상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조합은 파산하게 되면 연대보증인인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대위변제 후 공사비와 사업비, 이자를 포함한 2조원 이상의 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조합은 사업 소유권을 빼앗기게 된다.


대출 만기까지 한 달 이상 남은 만큼 연장 가능성이 아예 차단된 것은 아니다. 현재 서울시는 조합과 시공단에 중재안을 제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시공단 관계자는 "당초 현장 타워크레인 해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조합 정상위와 협의 중이고 7월쯤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당초 올해 준공(입주) 예정이었으나, 원자재가격 급상승 등의 이유로 전임 조합 집행부가 시공단과 5000억원대 공사비 증액 계약을 체결했고 현 집행부는 이를 무효화하면서 현재 사태에 이르렀다.

정상위, 조합 불법 혐의 주장
이런 상황에 정상위는 조합이 법률상 의무 사항인 총회 의결 없이 대의원회 결정으로 공사 계약 등을 체결한 사실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3일부터 2주간 둔촌주공 조합 실태 조사를 벌여 조합 측에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위에 따르면 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사실을 적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조합 측에 공문을 보내 소명을 요구한 상태다.

조사 결과 조합은 2021년 5월 29일 정비기반시설 공사 예산을 367억원으로 수립하고 다음 해 2월 600억여원으로 증액 계약하는 과정에서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 예산 250억원의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 공사와 인테리어 업체 선정 때도 예산 수립을 거치지 않고 대의원회를 통해 업체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 조합 집행부의 법 위반 사례도 발견됐다. 790억원 감리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예산수립 의결 없이 대의원회를 통해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은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정상위 관계자는 "공사 중단과 파산 위험까지 위기를 초래한 현 조합 집행부의 운영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구조합과 현조합의 법 위반 사실에 대해 행정조치와 수사 의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