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 취재 과정에서 조선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현재 반기마다 이뤄지는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낀다. 후판 가격은 선박 제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큼 조선사들의 실적을 좌우한다.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올해 1분기(1~3월) 각각 1200억원, 4000억원, 80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으면서 수 백 억원에서 수 천 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전년대비 매출액은 늘었으나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조선용 후판 가격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분기 연속 인상되면서 2020년 톤당 60만원 수준이었던 것이 올 상반기는 120만원을 기록했다. 철강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을 호소한 영향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올해 상반기 최대 32.4%, 84.3%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후판 가격에 반영한 철강업계는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조선업계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전년대비 각각 32.8%, 45.4% 늘어난 매출 21조3381억원, 영업이익 2조257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41.7%, 129.5% 증가한 매출액 6조9797억원, 영업이익 6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으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실적이 엇갈린 상황에서 '상생의 가치'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의 최대 고객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상 공생 관계다. 최대 공급처와 수요처라는 특수 관계를 감안해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적정 수준을 유지해 조선업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조선업계가 실적 부진으로 투자를 줄이고 산업경쟁력이 악화된다면 철강업계도 수요 감소라는 암초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계의 최근 수주 릴레이는 2~3년 후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한동안은 경영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찾은 만큼 철강업계도 후판 가격을 유지 또는 인하해야 할 명분이 생기기도 했다.
정부도 조선업계의 상황을 고려, 철강업계의 책임을 강조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달 9일 '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철강업은 호황이지만 조선업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밸류체인의 앞부분에서 전 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철강산업은 타 산업과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최소 동결해 조선업계의 부담을 덜어달라는 당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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