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 광명시 하안주공아파트를 방문했다. 1단지부터 12단지까지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경기 광명시 2만5000가구 규모 대단지아파트 하안주공이 지난해 5월 7단지를 시작으로 올 7월 전체 12개 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에 청신호가 켜졌다.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정밀안전진단을 비롯해 많은 절차와 관문이 남았지만, 광명시는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과 광역급행철도(GTX) 사업 등 정부 정책에 힘입어 1기 신도시 분당을 능가하는 명품 신도시로 기대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지난 19일 방문한 광명시 하안주공은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벌써부터 건설업체들이 단지 내에 축하 현수막을 거는 등 주민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광명시는 하안주공의 재건축 통과를 위해 적극적인 행정지원에도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안주공은 1989년 1~4단지를 시작으로 1990년 5~12단지까지 1년여에 걸쳐 지하 1층 지상 15층 188개동, 2만5000여가구가 지어졌다. 초대형 단지 규모인 만큼 아파트 단지보다 작은 마을에 온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단지 내부에도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많았고 상권이 크게 발달했다.


음식점, 카페, 학원 등은 물론 요가·필라테스센터 등 입주민에게 필요한 시설 대부분이 단지 내에 있었다. 아파트 동을 벗어나 큰길에는 신호등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도 있었다. 노란색 표지판과 도로에는 30㎞ 이하로 운행하라는 표지판이 크게 보였다. 단지 내 학교가 눈에 띄었다.

아파트 7단지 내에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좌)과 제2경인선을 추진하라는 현수막(우)이 걸려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하안주공 6단지와 7단지 동 사이에는 '하안주공 6·7단지 예비안전진단 통과',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7단지에는 축하 현수막뿐만 아니라 '광명시와 국토부는 제2경인선을 조속히 추진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현수막까지 보여 잔치와 갈등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7단지에서 만난 입주민 A씨는 모든 단지가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는 소식에 "재건축을 하기까지 갈 길이 멀었지만 재건축 소식만 들려도 아파트값이 오르니 좋을 수밖에 없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입주민 B씨는 "아파트 바로 앞에 지하철역이 없어서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불편했는데 재건축 소식과 함께 역 개통 얘기도 들려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6·7단지는 이제 막 재건축 단계를 밟은 상황임에도 벌써부터 건설업체들의 축하 현수막 경쟁이 벌어진 모습이다.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건설', 3위 'GS건설', 4위 '포스코건설', 5위 '대우건설', 8위 'DL이앤씨', 9위 'HDC현대산업개발' 등 업계 상위 대형업체 가운데 6개 업체가 현수막을 걸었다.


총 13개 단지로 이뤄진 하안주공은 임대단지인 13단지를 제외한 1~12단지 모두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 가운데 6·7단지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 경기 꽁꽁, 재건축 훈풍 멈추나
새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사업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이처럼 광명시 일대 재건축 아파트는 기대가 높아진 모습이지만 실제 부동산경기 바로미터인 재건축 아파트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신고가 대비 수억원 하락한 거래도 등장했다.

현재 하안주공은 다수 매물이 올라온 가운데 급매도 눈에 띄고 실거래가마저 하락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하안주공 2단지 201동 59㎡(이하 전용면적) 최근 실거래가는 올 5월 6억7500만원(4층)에 거래됐지만 이달 20일 4500만원 낮은 6억3000만원에 급매로 올라왔다. 10단지 1003동 58㎡도 현재 6억9000만원(8층) 6억3000만원(13층)에 급매가 나와 있다.

가격이 실제 하락한 단지도 있다. 7단지 703동 58㎡는 지난해 12월 7억2500만원(8층)에 거래 신고됐지만 올 2월 6억4500만원에 계약이 성사돼 8000만원 하락했다. 8단지 806동 58㎡도 지난해 7억 4000만~5000만원(12층)에 거래되던 것이 올들어 6억원대에 거래됐다. 지난 5월에는 6억 8000만원에 거래됐고 한 달 뒤인 지난 6월에는 5000만원 떨어진 6억3000만원에 계약이 됐다.

하안주공 6·7단지 입구 앞에 재건축을 응원한다는 건설업체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일대 부동산업계는 최근 매수세가 급격히 줄었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 증가로 매수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 매수 심리 악화는 매물 증가로 이어졌다. 부동산플랫폼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광명시 아파트 매물은 지난 5일 기준 2368건으로 4월 말(1854건) 대비 27.7% 증가했다.
하안동 A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들린 지난해 아파트값이 1억~2억원 올랐는데 요즘 들어 가격이 빠지고 있다"며 "급매도 많이 올라온 상태"라고 귀띔했다. 급매가 많은 이유에 대해선 "다주택자 1년 내 매도 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를 연장하면서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을 때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할 경우 매도보다 보유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집값 고점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안주공 6단지 옆에 학교가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현재 하안주공 모든 단지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하안주공 1~12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 등 20여명은 예비안전진단 통과와 함께 행정지원, 정책개선 요청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1~12단지 준비위원장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명을)을 비롯해 경기도의원, 시의원 등과 함께 현장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준비위는 간담회에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상향 등을 요구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적용 대상에 하안주공도 포함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지원 받기 위해 현행 '준공 후 35년'인 기준을 '준공 후 30년'으로 개정도 제안했다. 현재 광명시는 준공 35년차 노후 단지에 대해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50%)과 경기도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50%)을 통해 안전진단 용역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최윤혁 하안주공 6·7단지 재건축 공동추진준비위원장은 "35년이 되려면 2~3년 정도 남았기에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가 추진할 것"이라며 "1기 신도시는 대형 면적들이 많은데 하안주공의 경우 대부분 10평대 위주여서 용적률 300%를 받고 재건축을 해도 일부 단지는 30평대를 배정 못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준비위는 광명시와 논의해 추후 정밀안전진단 신청 시기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