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여건이 바뀌면 기술과 산업의 방향성도 이에 맞춰서 변화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 가장 최근의 인플레이션 시대였던 1970~1980년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시기의 물가 상승률은 1980년대 초 15% 수준까지 달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높은 물가 상승은 소비 여력을 축소 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제품이 영상 카세트 녹음기(VCR), 워크맨, 이동전화(셀룰러 폰)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 등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가격도 상당히 비쌌지만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후 관련 산업 분야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제품이 개발되고 판매될 수 있는 요인은 소비 관용성에서 찾을 수 있다. 물가 상승은 모든 제품이 골고루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지 않는다. 에너지와 식량 같이 꼭 필요한 물건의 가격은 평균 상승률에 비해 크게 오르기 마련이다. 물가 상승 시기에 소비자들은 높게 오른 제품에 비교해서 이전에 하지 못했던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의 가격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게 해주는 VCR에 높은 가격을 충분히 지불 할 의사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디스인플레이션 시대의 서비스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VCR과 비교할 수 있는 대표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시대 서비스가 현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VCR 시대에는 몇 일간 영화 1편의 테이프를 대여하려면 2000~3000원을 지불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한 달에 만원만 부담하면 OTT를 통해서 수천개 이상의 컨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인플레이션 시대와 디스인플레이션 시대의 대표적인 차이다.
VCR 및 워크맨같이 이전에 없었던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이 성장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현재 이런 제품 및 서비스 중에 가장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및 관련 서비스다. 근거리를 하늘로 이동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오래된 바람이다.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었고 개발을 해도 높은 비용 부담이 컸다. 소비 관용성이 작동한다면 이런 제품이 시장에 충분히 진입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세상을 보는 시각도 빠르게 적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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