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6일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이 발표됐다. 임기 5년 동안 전국적으로 27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사실상 주택공급대책이다. 이번 대책의 뼈대는 민간이 공급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전 정부의 공공성 강화 정책에서 기조를 바꿔 민간기업의 참여를 늘리고 인센티브 등을 통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정책의 핵심은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그동안 규제로 가로막힌 사업을 정상화시키고 이를 통해 22만가구 이상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무엇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의 최대 혜택을 받는 대상이 금융업을 영위하는 신탁사여서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정비사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기 위해 신탁사가 시행하는 경우 각종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규제 완화의 명분으로 정부는 그동안 조합방식 정비사업의 전문성·투명성이 취약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일부 조합의 비리 등이 정비사업을 장기화시키고 이는 사업 주체인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실수요자의 피해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수도권·광역시 등을 대상으로 정비사업 수요 조사에 착수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해 사업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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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 대신 신탁사에 맡겨라"━
정부는 주민들이 희망 시 조합설립 없이 신탁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신탁사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주민과 신탁사 간 공정한 계약 체결과 토지주 권익 보호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기로 했다.신탁사의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을 완화해 현재는 전체 토지 3분의 1 이상 신탁이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의 3분의 1 이상만 신탁을 해도 시행자 지정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신탁사가 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정비계획과 시행계획을 통합 처리해 조합설립 절차를 생략하고 사업 기간이 3년 이상 단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이 원할 경우 조합설립 없이 신탁사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조합 운영 방식에서 시공사와의 분쟁·소송,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이 있었고 사업 기간이 몇 년씩 길어지는 것이 흔한 일"이라면서 해당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표준계약서도 도입하기로 했는데 ▲주민 해지 권한 보장 ▲신탁 종료 시점 명확화 ▲주민 시공자 선정권 명시 등을 포함한다. 도심 복합사업도 개편한다. 역세권 등에서 주거·상업·산업 등 다양한 기능이 복합된 창의적 개발이 활성화되도록 '민간 도심 복합사업'을 신규 도입하고 2023년 상반기 공모에 착수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신탁사·리츠 등 민간회사가 토지주와 협력해 도심·부도심·노후 역세권 등의 복합개발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으로 기존 공공도심복합사업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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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있을까━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신탁사가 주민들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주민들이 신탁 방식을 선택하면 추진위원회 구성과 조합설립 단계 없이 신탁사가 직접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가장 큰 장점은 금융회사인 신탁사가 사업비를 조달해 금융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 사업 투명성도 높다는 게 정부의 신탁업계의 주장이다.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표준계약서에 신탁사 지정 요건과 업무 범위 등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포함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 많은 법률 개정 과제가 포함된 만큼 국민의 주거안정 달성을 위해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실효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신탁보수 등 비용 부분이 걸림돌이다.
그동안 조합방식 정비사업의 최대 난관이던 내부 비리 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다. 자금관리를 전문 금융회사가 맡는다는 점에선 투명성이 한층 좋아질 수 있지만 신탁사 선정 역시 시공사 선정과 마찬가지로 주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반드시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구체적인 후속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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