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정책적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싶지만 사임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영국 의회에서 트러스 총리와 제레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앞줄 가운데) 등이 앉아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추진한 경제정책이 백지화되자 트러스 총리에 대한 사임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트러스 총리가 "사과할 의향은 있으나 사임할 생각은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트러스 총리는 영국 방송매체 BBC와의 인터뷰에서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트러스 총리가 추진한 경제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정책적 '실수'를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다음 총선에도 보수당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총리직 사임을 거부했다.

트러스 총리는 "총리직을 맡은 후 한 달 동안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수긍했다. 그는 "에너지 요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고세율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성급했고 너무 빨리, 너무 급하게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세안 축소 등 경제정책 '유턴'에 대해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무책임했을 것"이라며 감세안 폐기 등은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연 450억파운드(약 73조원) 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헌트 신임 재무장관은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 등 경제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트러스 내각의 감세안을 '거의 전부' 삭제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러스 총리의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과 그가 공공부문 재정지출을 삭감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까지 뒤집은 것이다.

신속한 정책 번복으로 영국 금융시장은 진정되고 정부 경제정책 신뢰도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그러나 취임한 지 불과 한 달가량 지난 트러스 총리의 평판과 권위는 무너졌다. 심지어 트러스 총리를 '양상추 총리'라며 조롱하는 실정이다. 이날도 헌트 장관이 예산안 백지화를 발표할 때 트러스 총리는 30분가량 의회에 늦게 들어와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트러스 총리는 이미 보수당 내부에서 신임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각에선 트러스 총리 축출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