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 변호사
서울에 사는 K씨는 최근 한 빌라에 함께 거주하는 주민으로부터 민사상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당했다. 소장에는 K씨가 건물 관리인의 자격을 이용해 수령한 임대차 보증금, 월세, 이자를 부당하게 이익을 얻었으니 건물의 공유자들인 원고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반환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K씨는 어쩌다 이런 곤경에 처하게 됐을까. K씨·원고들·건물을 둘러싼 관계는 사실 이러했다. K씨와 원고들이 소유한 빌라는 구분등기가 돼 있지 않은 건물이었다. 때문에 건물과 호실 전체를 3명이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건물 전체 호실 중 3개는 K씨와 원고들이 각각 거주하고 나머지 호실들은 전세나 월세를 놓아 임대수익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임대수익이 생기면 건물관리에 사용하고 남는 돈을 이익 분배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서 대표로 건물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었다. 노후화된 부분을 수리하고 세입자를 알아보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종의 자원봉사자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원래는 K씨를 비롯한 원고들이 1년씩 돌아가며 관리인을 맡기로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관리에 들어가는 노동이 많아져 차츰 기피하는 경향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K씨가 10년 이상 전담하게 됐다.


K씨는 건물에 들어가는 비용과 임대차보증금 및 월세의 입출금 내역을 꼼꼼히 정리했다. 언젠가 관리인이 바뀌게 되면 인수인계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부터 K씨와 원고들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원고들은 K씨가 임대차보증금과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과 월세를 횡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K씨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K씨 측은 "본인과 원고들 사이에 관리업무에 대한 위임계약이 존재하므로 부당이득은 성립하지 않고 이미 관리비 등을 모두 공탁하는 등 정산한 금원을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K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K씨가 보증금과 차임을 수령한 것만으로 부당이득 성립이라고 할 수 없고 ▲세입자들과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이나 월세를 수령하는 것은 K씨의 권한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K씨가 신규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기존 세입자에게 반환해주고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월세는 관리비용으로 지출한 다음 그 차액을 보관하는 방식으로 관리업무를 위임받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어 ▲건물 전체의 노후 설비교체나 수리 비용, 부동산 중개료, 각종 공과금도 K씨가 보관하고 관리하던 관리비에서 주로 지출했고 ▲건물의 공금 잔액을 공탁한 것으로 보아 원고들 주장처럼 횡령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거나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원고 청구는 전부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K씨의 건물처럼 구분등기가 돼 있지 않은 건물의 경우엔 건물 관리 등에 있어 소유자들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갈등이 발생하면 K씨의 사례와 같은 법정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K씨의 경우는 다행히 공금 관리를 철저히 했고 장부의 기록도 상세했기 때문에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법리적으로도 K씨에게 민사상 부당이득금의 반환이나 손해배상 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