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의 부도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회사채 위험도를 알리는 신용 스프레드도 벌어졌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이지만 콜옵션을 통해 5년 이내에 상환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흥국생명이 입장을 바꿨지만 국내 금융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미행사 이후 13년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채권시장 자금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급하게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을 발표한 것도 흥국생명 사태가 배경 중 하나다. 사실상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개인회사인 흥국생명의 실책을 막기 위해 수 십조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금융시장 신뢰를 추락시킨 것과 관련해 이 전 회장 등 흥국생명 주요 주주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이 전 회장이 지분 56.53%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와 그의 친족 지분 합이 81.95%에 달한다.
금융계와 재계에선 현 사태의 책임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이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일부를 매각하거나 담보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직접 해결하라는 것이다. 태광산업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흥국생명과 직접 지분 관계가 없는 것도 설득력을 더한다. 또한 금융기관 대주주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떨어진 신뢰도를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고 본다.
흥국생명은 지난 9일 내부 자금으로 5억달러(발행 당시 환율 기준 5571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했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말 157.8%였던 흥국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 밑으로 추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생명은 5억달러 가운데 4000억원을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으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상환액은 보험사 대출과 태광그룹 계열사의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레고랜드발 단기자금 경색에 이어 흥국생명 사태로 채권시장에 혼란이 발생하자 RP발행도 꺼내 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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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자본력은 충분....보유 주식 가치만 2조원 넘어━
채권을 제외하고 흥국생명이 조달하려는 금액은 약 1600억원이다. 흥국생명 최대주주 및 주요주주가 감당하기에 어려운 규모는 아니다. 금융기관 대주주로 떨어진 기업 신뢰도 회복 및 한국 채권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흥국생명과 지분 관계가 없는 태광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현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해당기업 주주가치 훼손 등 또 다른 문제만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호진 전 회장이 보유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주식은 각 32만8189주, 26만6183주다. 지난 11일 종가는 태광산업 73만2000원, 대한화섬 10만6000원이다.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이 전 회장이 보유한 태광산업(2402억3435만원)과 대한화섬(282억1540만원) 현재 가치는 2684억4975만원에 달한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764만7981주)과 흥국증권(440만주), 티알엔(155만4960주) 등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1주당 순자산가치는 ▲흥국생명 17만5666원 ▲흥국증권 1만7912원 ▲티알엔 34만9693원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수와 1주당 순자산가치를 곱하면 ▲흥국생명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34349억원이며 ▲흥국증권은 788억원 ▲티알엔은 5438억원으로 총합이 1조9661억원에 육박한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법도 있다. 이 전 회장의 의지에 따라 태광그룹 계열사의 무리한 동원 없이 흥국생명 자본확충 및 지원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도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다는 신호를 남겨 금융시장 신뢰도에 악재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며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와 대주주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호진 전 회장의 사재 출연 가능성에 대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며 "흥국생명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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