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7~9월) 실적이 악화됐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수요 얼어붙은 반도체업계… 언제 좋아질까
② 삼성이 쏘아 올린 '반도체 치킨게임'… 경쟁사 잡을까
③ 반도체 불황에 수출 '비상'… "속도감 있는 정책 시행 필요"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3분기(7~9월)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악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과 미국의 고금리 정책 등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이 나타난 영향이다. 업계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4분기(10~12월) 실적도 악화할 것으로 본다. 업황은 내년 중순쯤 개선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반도체 기업, 3분기 실적 '휘청'… 수요 부진에 따른 제품값 폭락 영향
국내 반도체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보다 악화한 3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 23조200억원, 영업이익 5조12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3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8%, 49.1%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7.0%, 60.3% 줄어든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DS 부문은 매출 26조4100억원, 영업이익 10조600억원, SK하이닉스는 매출 11조8053억원, 영업이익 4조1718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해외 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위 기업 마이크론은 2022년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 66억4300만달러(약 8조9600억원), 영업이익 16억6200만달러(약 2조2400억원)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 비교해 각각 19.7%, 45.9% 급감했다. 마이크론 2021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82억7400만달러(약 11조1500억원), 30억7300만달러(약 4조1400억원)다.


각 기업의 실적 악화 배경에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이 꼽힌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실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정보기술(IT) 기기와 함께 반도체 수요가 줄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글로벌 경제가 경색된 것도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예상을 뛰어넘는 소비자용 메모리 제품군 수요 둔화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큰 폭의 금리 상승으로 거시경제가 악화돼 고객들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수요 부진은 제품값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 실적에 타격을 줬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8)의 고정거래 가격은 2.21달러로 지난해 10월(3.71달러)보다 40.4%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8 MLC) 가격도 같은 기간 4.81달러에서 4.14달러로 13.9% 떨어졌다.
올해 4분기도 수요 부진 여전… 내년 2분기 지나야 업황 개선
사진은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반도체 대전을 찾은 관람객 모습. /사진=뉴시스 기자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은 내년 초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IT 기기 재고를 쌓아둔 고객사들이 반도체 신제품을 구매해 새로운 IT 기기를 만들기 전 재고 정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높은 성장률을 보인 PC는 올해 10% 중반대의 출하량 감소가 예상된다"며 "D램의 연간 수요성장률은 한 자릿수 초중반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수요 부진 지속 여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8조5821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 대비 38.1% 하락할 전망이다. 부문별 컨센서스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DS 부문이 실적 악화를 주도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99.5% 하락한 21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4분기 적자 전환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개선 시기를 내년 2분기 이후로 예상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7일 '2023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4분기부터 각 기업이 강도 높은 재고 조정을 시행할 것"이라며 "D램은 내년 하반기, 낸드플래시는 내년 2분기(4~6월) 업황이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도연·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2019년에는 주문 축소 후 확대까지 약 3개 분기가 소요됐다"며 "2023년 2분기쯤 전방업체들의 재고 소진 및 주문 확대가 예상되지만 업황 반등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봤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더라도 각 기업은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이 R&D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R&D 관련 세제 혜택을 주는데 한국은 대기업 지원에 인색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