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오는 24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판결할 예정이다. 사진은 흥국생명 본사 전경. /사진=뉴스1 DB
흥국생명 사태로 자본시장에 물의를 빚은 흥국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경영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미달했다며 고려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 중이다.
최근 태광그룹은 흥국생명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자본확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설 전망인데 이를 두고 이 전 회장이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팔아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전 회장은 흥국금융그룹에 속한 흥국생명과 고려저축은행의 최대주주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강문경·김승주 부장판사)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제기한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명령·주식 처분 명령 취소소송을 오는 24일 판결한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11월 이 전 회장에게 고려저축은행 보유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추라고 명령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법에 따라 2년마다 금융회사 최대주주 및 최다출자자 1인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진행해왔는데 이 전 회장에 요건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조세 포탈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을 확정 판결받았다. '황제보석' 논란으로 2018년 재수감된 이 전 회장은 형기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출소했다.

금융위의 명령대로 고려저축은행 지분 30.5%(68만304주)를 가진 이 전 회장은 45만7233주를 처분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금융위의 행정명령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지난 3월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 전 회장의 경영 비리 대부분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 제도가 도입된 2010년 9월 이전에 발생했으므로 해당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금융위는 항소했다.
이호진 회장, 고려저축은행 지분 매각으로 흥국생명 지원해야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면서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자금 지원에 동원될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오는 12월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태광그룹으로부터 전환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받기 위해 정관을 개정할 예정이다.

어떤 계열사로부터 얼마나 자본확충을 받을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총 규모는 4000억원 정도로 자본확충은 12월 말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흥국생명에 대한 태광그룹의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실상 총수 개인회사인 흥국생명을 위해 태광그룹 계열사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전 회장이 흥국생명 지분의 56.3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전 회장과 그의 친족의 흥국생명 지분율을 합하면 총 지분율은 81.95%에 달한다.

흥국생명으로 인해 야기된 금융시장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이 전 회장이 보유한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고려저축은행의 주당 주식 가치는 19만8425원으로 이 전 회장의 주식(68만304주) 가치는 1350억원에 육박한다. 이 전 회장이 지분을 매각한다면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고려저축은행 지분 문제도 해소된다.

이 전 회장이 자발적으로 고려저축은행의 지분을 매각해 흥국생명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하면 조카인 이원준씨(23.2%)가 최대주주로 등극해 흥국금융그룹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어서다. 고려저축은행이 지분 65.3%를 보유하고 있는 예가람저축은행에 대한 영향력도 작아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먼저 나서서 고려저축은행의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태광그룹의 계열사들이 흥국생명의 자본확충에 동원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