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 시즌이 막 올랐다. /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 커지는 불확실성… 재계 연말 인사 키워드는
② 주요 그룹 인사, 누가 남고 누가 떠나나
③ 정권에 자유롭지 못한 소유분산 기업… 경영진 거취는
④ '샐러리맨의 ★'… 임원 달면 뭐가 달라질까
재계의 연말 인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하면서 각 기업들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대내외 환경 악화로 올해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안정을 택하며 내실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대신 신사업을 비롯한 주요 보직에 인재를 기용하며 각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피'를 앞세운 세대교체와 여성 인재 기용도 활발할 전망이다.
물갈이 인사 없을 듯… '안정' 추구 예상
재계에 따르면 11월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기업의 정기인사가 본격화됐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은 예년처럼 12월 초, 현대차는 12월 중순쯤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대다수 기업들의 인사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조직을 흔들기보다는 내실을 다질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업 부문을 기존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디바이스솔루션(DS) 세 개에서 세트부문을 통합한 디바이스경험(DX) 사업부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두 곳으로 개편했다. 기존 3개 부문 대표도 모두 교체하고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을 각각 DX와 DS부문 대표이사로 앉혔다. 지난해 큰 변화를 준 만큼 올해는 대표이사 교체 없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재풀을 늘리는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SK도 올해 대부분의 CEO가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배터리와 바이오, 반도체 등 이른바 BBC 신사업 부문에서 인재를 발탁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정의선 회장 체제로 세대교체가 마무리된 만큼 큰 변화 없이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자율주행·전동화 등 미래 먹거리를 주도할 인재를 전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발표한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인적쇄신이 없었다. 주요 계열사 CEO를 대부분 유임하는 대신 신규임원 대부분을 1970년대 이후 출생자로 채우며 미래준비에 방점을 찍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인사에서 큰 변화를 줬기 때문에 올해 인사폭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사업과 관련된 인재 발탁은 예상된다.

한화그룹과 코오롱그룹, CJ, 현대중공업,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은 조기에 인사를 마쳤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일찌감치 인사를 통해 내년을 대비하고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려는 목적이다. 이들 기업도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미래 성장과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각 분야에 탁월한 성과와 역량을 갖춘 인재를 앉혔다.


올해 대기업 인사는 오너 3·4세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고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한편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을 맡겼다. 코오롱그룹도 이웅열 명예회장 장남 이규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내년 1월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경영리더를 CJ제일제당 핵심 중책인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보직을 변경, 후계구도에 힘을 실었다.

젊은 인재 중심 세대교체·여성 약진 예상
올해 정기인사에서는 총수일가 외에도 젊은 인재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임원 가운데 1960년~1964년생 임원의 비중은 지난해 17.4%에서 올해 11.1%로 축소됐고 1965년~1969년생 임원 비중 역시 45.5%에서 40.7%로 내려 앉았다.
반면 1970년~1974년 출생자들의 비중은 지난해 28.3%에서 올해 36.2%로 급증했다. 1975년~1979년 출생 임원 비중 역시 5.2%에서 8.8%로 늘었고 이번 정기 인사에서 1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일컫는 신조어) 임원 비중도 1.5%로, 처음으로 1%대에 진입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2023년 대기업 인사에서는 1971년~1975년 사이 출생자 중에서 신임 임원을 발탁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국내 대기업 임원 주도권은 1960년대생에서 1970년대생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여성 임원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403명이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수는 2013년 114명으로 처음으로 100명대에 올라섰고 2018년에 216명으로 200명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는 322명으로 증가해 여성 임원 300명 시대에 진입했으며 올해 400명대에 올라섰다.

여성 임원 보유 기업 수도 2018년 55곳→2019년 56곳→2020년 60곳→2021년 65곳→2022년 70곳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유니코써치는 "여성 임원을 배출하지 않은 기업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가 강하다"며 "기업들이 나이, 성별, 경력 등에 상관없이 능력 위주로 임원을 발탁하는 문화가 강해지면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는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단행된 LG그룹 인사에서는 4대 그룹 최초로 여성 CEO 두 명을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