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도는 전기자동차 성지로 불리지만 충전 인프라는 열악하다. 친환경차 도입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고 이용객도 매년 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최근 제주도에서 전기차 폴스타2를 시승하면서 겪었던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관광지 어디든지 충전소가 최소 2곳은 있어 충전 인프라는 빼곡했지만 상태가 엉망이었다.

주유소처럼 상주하는 관리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 충전기 손잡이에는 알 수 없는 이물질이 잔뜩 묻어 있어 거부감이 들었고 충전기 곳곳은 녹이 슬었다. 충전 오류는 기본이고 거미줄은 덤이다.

설치한 지 얼마 안된 새 기계가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일 뿐 제주 곳곳의 전기차 충전소 상태는 대부분 나빴다.

충전소는 많았지만 지붕이 설치된 곳이 없어 비에 그대로 노출된 것도 아쉬웠다. 전기차에는 침수 등에 대비해 방수·누전 차단 기술 등이 적용되지만 충전소는 그렇지 않았다. 비오는 날 충전 부위가 그대로 비에 노출된 것을 보게 될 때 감전을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수시로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는 눈·비 등을 대비해 충전소에는 지붕 설치가 필요하다. 전기차 성지 제주도에서는 그러한 충전소를 볼 수 없었다.

일부 충전소는 회원제로만 운영되고 있어 불편했다. 서귀포시 관광지 인근 관공서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를 방문했는데 설치된 충전기 4대 모두가 회원제 전용이라 허탈했다.

'회원 전용' 안내 문구가 없어 카드 결제를 시도하는 중에야 회원 전용 기계임을 알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제주도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회원제가 필요하더라도 관광지 근처 충전소에 충전기 1대 정도는 비회원도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주도는 2013년부터 전기차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도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3만696대, 도 전체 운행차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7.3%다. 전국 평균(1.4%)를 크게 상회한다.

전국 전기차의 약 8.5%가 제주도에서 운행 중이고 전국 최고 수준인 2만2000여기에 이르는 충전소 인프라가 보급돼 있다. 전기차의 성지로 불릴만 한다.

제주도는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충전인프라 고도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순환자원으로 활용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충전기가 융·복합된 충전스테이션 구축사업 등의 계획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도의 이 같은 포부에는 녹슬고 낡은 기존 충전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미래 모빌리티 선봉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용객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출시된 전기차를 충전기가 인식하지 못해 빈번하게 발생한 충전 오류를 개선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전기차 성지'라는 찬사는 제주도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친환경차 도입에 속도가 붙은 만큼 제주도는 찬사에 걸맞은 행보에 스스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