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올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에서 희비가 갈렸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덩치만 키운 롯데백화점, 위태로운 왕좌
② 갈피 못 잡는 '롯데온'… 새벽배송 강자로 우뚝 선 'SSG닷컴'
③ M&A로 승부수 띄운 신세계 vs 롯데… 성적표는?
유통업계 양대 산맥인 신세계와 롯데의 연말 온도가 사뭇 다르다. 신세계는 프로야구팀 SSG 랜더스의 통합 우승으로 감사제까지 이어가며 축제 분위기다. 롯데는 뒤숭숭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를 덮쳤다. 임원인사까지 미뤄졌다.

이처럼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수년 내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을 앞지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세계의 백화점 1위 탈환 조짐은 '오프라인 강자' 롯데 입장에선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이미 온라인은 뒤처진 상황에서 백화점의 경우 유통사업의 핵심이란 점에서 더 그렇다.
롯데, 견고한 백화점 1위 맞나
백화점 사업에서 1위를 지켜오고 있는 롯데가 수년 내 왕좌를 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사진제공=롯데쇼핑
한국 백화점의 시초인 신세계는 1980년까지 1등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1980년 롯데백화점이 등장하며 왕좌를 내줬다. 롯데백화점은 빠르게 점포를 늘리며 매출 성장세를 지속했고 지금까지도 1위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백화점 순위 기준은 매출이다. 올해 롯데쇼핑의 국내 백화점 부문 매출액은 ▲1분기 7400억원 ▲2분기 8280억원 ▲3분기 7690억원 등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은 ▲1분기 5853억원 ▲2분기 6235억원 ▲3분기 6096억원 등이다.


누적 기준 차이가 5000억원 이상으로 적지 않지만 롯데의 경우 백화점 32개뿐 아니라 22개의 아울렛 매출도 포함된 수치다. 백화점 수도 많고 아울렛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외형이 클 수밖에 없다. 신세계는 동대구, 대전, 광주 별도법인 등을 포함해 모두 13개점이다. 아울렛 매출을 제외한 순수 백화점 사업 매출이다.

점포가 많아 매출이 더 큰 롯데백화점은 수익성에선 신세계에 뒤진다. 올해 1~3분기 두 백화점의 영업이익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매출 1위 점포가 신세계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세계 강남점은 5년 연속 전국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조4940억원으로 전국뿐 아니라 전 세계 백화점 단일 점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수익성 면에서도 신세계가 우위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영업이익은 ▲1분기 1050억원 ▲2분기 1040억원 ▲3분기 1090억원 등 누적 기준 3180억원이다. 이에 비해 신세계백화점은 영업이익은 ▲1분기 1215억원 ▲2분기 1221억원 ▲3분기 1094억원 등 총 3530억원이다. 매출대비 영입이익률이 신세계는 19.4%인데 비해 롯데는 13.6%로 두 기업의 차이는 5.8%포인트에 달한다.
'지역 1번점'으로 도약한 신세계

전국 매출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미래를 밝게 보는 측은 높은 성장세를 근거로 든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2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전년동기대비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8%에 이어 올 3분기까지 14% 성장에 그쳤다. 신세계의 선전에는 '지역 1번점' 전략이 꼽힌다. 매장을 대형화하고 입점 브랜드를 고급화해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했다. 전국적인 랜드마크를 갖춰 지역마다 1등 백화점을 키워내는 중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앞으로 백화점은 우량점포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당분간 출점이 제한적이어서 기존 점포의 대형화와 우량화가 관건이란 판단이다. 지난해 기준 백화점 3사 점포당 매출은 신세계가 7709억원으로 1위다. 이어 현대 5300억원, 롯데 3738억원 등이다. 같은 기간 국내 백화점 매출 상위 20위에는 ▲신세계 7개 ▲현대 6개 ▲롯데 4개 등이 포함됐다. 신세계가 '알짜' 점포를 다수 갖고 있다는 의미다.


점포당 매출은 신세계가 가장 높다. 백화점 3사인 신세계, 현대, 롯데의 점포당 매출액./그래픽=김은옥 기자
신세계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전부 갖춘 점포가 가장 많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높았던 점포(본점·센텀시티·강남·대구)도 모두 에루샤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점포가 많은 만큼 지점 간 편차도 큰 편"이라며 "입점 브랜드에서 신세계와 차이가 나면서 럭셔리한 이미지를 상대적으로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부진에도 신세계백화점의 매출 호조가 뚜렷하다"면서 "신세계가 럭셔리 백화점의 선봉장으로서 견고한 위치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달라지는 롯데, 자존심 지킬까
업계는 백화점 사업의 중요성이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본다. 올해도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는 호실적을 보였고 명품과 패션 매출 상승세가 견고하게 지속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견고한 고소득층 소비 ▲2030세대의 양극화 소비를 통해 백화점 매출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0.3%에 불과했으나 백화점 3사의 합산 매출액은 6% 증가했다.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며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많은 이들은 전통적인 유통 명가 롯데의 문제점으로 '혁신 부족'을 꼽는다. 신중한 의사결정, 보수적인 기업문화 등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유통사업에 독이 됐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롯데는 변화하고 있다. 전략 점포를 선정하고 리브랜딩 등에 나선다.

강남과 잠실점은 대대적인 리뉴얼로 '강남 1등 백화점'을 노린다. 올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업무환경 개선에도 힘썼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엔 롯데가 추진하는 변화가 결실을 맺어 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