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구조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단순히 경험만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진단과 데이터에 의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 됐죠"
현대자동차 국내서비스사업부장인 이태수 상무의 말이다. 내연기관 기반의 자동차가 전기동력화되면서 이제는 경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선제적인 교육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정비 교육을 위한 첨단 시설인 글로벌러닝센터(GLC)를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현대자동차는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회원사를 대상으로 천안 GLC 테크 투어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기존 천안정비연수원 자리에 대지면적 4만8767㎡, 연면적 4만1365㎡ 규모로 교육동과 생활관을 신축, 2020년 5월 '천안 글로벌러닝센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천안 GLC는 기존 천안정비연수원을 리모델링하면서 서비스 개념과 영역을 함께 확장,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곳으로 변모했다. 기존엔 국내 서비스 정비 기술교육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국내·외 판매, 상품, 고객응대(CS), 정비 서비스 부문에서 글로벌 고객 접점 종합 교육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소만큼 보안이 철저한 곳
자율주행로봇(AMR)이 엔진과 변속기 등 교보재를 스스로 지정된 교육장까지 운반한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천안 GLC는 현대차 글로벌서비스기술교육의 산실로 평가받는다. 신차의 출시 전 실차를 바탕으로 정비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차를 개발하는 연구소만큼이나 엄격한 보안을 요구한다. 게다가 아직 양산되지 않은 차종이라면 연구소에서 차를 빌려오기도 한다.
이곳의 핵심인 '교육동'은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마련됐다. 주요 시설로는 지하1층에 중대형 상용차 정비 실습장 2개, 2층에 국내 최고 수준의 승용정비 실습교육장 8개, 전동차 정비 전용 실습장 2개가 있다.


모든 차와 엔진 등 교보재들은 모든 실습장 바깥쪽에 마련된 전용 트랙을 통해 이동하게 된다. 특히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은 수백kg에 달하는데 과거엔 사람이 기중기를 통해 옮겨야 했고 실수라도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전용 자율주행 로봇(AMR)이 시설 내 교육이 필요한 장소까지 배달해준다.

전기버스 일렉시티를 살피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지하1층 교육실에서는 전기버스 '일렉시티' 배터리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저상형 전기버스는 지붕에 배터리를 얹고 다니기 때문에 버스 높이에 맞춘 구름다리에 올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이 버스에는 아이오닉5 두 대 분의 배터리 모듈이 탑재된다.
일렉시티 옆에는 지난 8일 국내 최초 출시한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퓨얼셀'의 1호차가 놓여있었다. 맞은편에는 커버를 모두 벗긴 수소전기트럭이 있었는데 유럽에 수출된 것과 같은 모델이라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곳에 전시된 엑시언트 퓨얼셀 트럭은 전북 공장에서 전용 카캐리어를 이용해 이곳까지 가져왔다"며 "국내에서 처음 판매되는 수소전기트럭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된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롤플레잉 교육장은 실제 전시장과 같은 구조였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2층은 다양한 교육장이 몰려 있다. 작은 방송국을 연상케 하는 스튜디오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디지털 학습 콘텐츠 제작과 원격 라이브 화상교육이 가능한 첨단 ICT 기반 설비를 갖췄다. 현장에서 직접 모여 실습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내용에 따라서는 온라인 화상교육을 통한 교육도 한다.
고객응대 체험/실습이 가능한 롤플레잉 교육장은 실제 쇼룸과 같은 디자인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이곳에선 실제 차를 전시하고 파는 공간인 만큼 고객 응대 시 다양한 상황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야외 시설은 눈이 많이 온 관계로 직접 체험은 어려웠다. 천안 GLC는 간단한 실차 기능 테스트와 주행체험이 가능한 소형 드라이빙 트랙이 있다. 실제 도로처럼 꾸며진 곳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체험할 수 있고, 다양한 요철로에서도 차의 소음 및 진동 성능 등을 살필 수 있다.
집보다 편안한 시설에 감탄사 연발
네이저 테마 공간은 예쁜 카페를 연상케 해 인기가 좋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당연히 많은 인원이 모이는 시설인 만큼 각종 교육 및 워크샵을 수행할 수 있는 강의실과 대규모 행사 진행 가능한 컨퍼런스룸과 세미나룸도 충실히 구성됐다.
교육동 옆에 자리한 생활관도 방문했다. 총 2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20개 숙소와 20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물론 다목적구장, 농구장, 피트니스 센터, 당구/탁구장도 있다.

생활관 1층은 탁구장과 당구장, 헬스장 등 여가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탁구장 바닥은 미끄럼방지 매트가 깔렸는데 국제규격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당구장은 카펫을 설치해 플레이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헬스장도 최신 설비를 갖춘 탓에 방문객들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에 대한 교육도 진행됐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2층은 숙소와 함께 홈·네이처·뮤직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된 라운지가 설치됐다. '홈'은 가정의 거실처럼 편안한 소파가 놓여 여럿이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기 좋은 구조다. '네이처'는 플랜테이션카페 같은 느낌이 드는 공간인데 주로 여성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마지막 '뮤직'은 음악감상을 위한 공간으로 오래된 LP판을 직접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과 청음을 위한 특별한 의자가 설치됐다.
숙소는 호텔급 시설로 호평을 받았다. 침대는 싱글베드 2개로 구성돼 두 명이 한 방을 쓸 수 있지만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인 1실을 원칙으로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천안 글로벌러닝센터는 최고의 시설과 최적의 교육환경을 교육생에게 제공하고, 집합교육을 통해 서비스엔지니어가 정비기술 습득과 서비스 전략 '퀄리티 타임'을 동시에 경험하는 공간으로 기획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