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맡고 있는 유지보수·관제 업무를 국가철도공단을 비롯한 다른 기관으로 넘기는 것에 대해 철도 노조가 '철도 민영화 수순'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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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옥 열차' 코레일, '유지보수 능력' 도마 위
(2) 코레일 유지보수비 '재정 부담'… 4년 새 34%↑
지난해 12월2일 예고됐던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총파업이 노사 협상의 극적인 타결로 철회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맡고 있는 유지보수·관제 업무를 국가철도공단을 비롯한 다른 기관으로 넘기는 문제가 남아있어서다. 철도 노조는 이를 '철도 민영화 수순'이라며 반대한다.

국내 철도산업은 2004년 철도구조개혁 이후 국가가 투자·건설하는 철도시설은 국가가 소유하고 철도운영은 국가 이외 운영사에 맡는 제도로 개편됐다. 당시 철도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하 '철산법') 제정에 따라 국가철도공단은 철도시설을 건설·관리하고 코레일이 철도운영을 맡게 됐다.


이후 코레일은 철도운영사가 철도시설 점검 등 유지보수 업무를 맡아야 안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철도시설의 유지보수 시행업무를 위탁받기로 하고 이를 철산법에 명시했다. 이후 코레일은 18년 이상 KTX 등 열차를 운영하는 동시에 철도기반시설 유지보수, 철도교통관제·운영까지 전부 맡으며 독점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11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응천(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갑) 의원이 주최한 '철도시설 유지보수 정책토론회'가 철도노조의 저지로 30여분 간 열리지 못했다. 철도노조 측은 "조응천 의원은 철도 민영화를 위한 법 개정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반복하며 토론회를 막아섰다. 결국 토론회는 비공개로 전환됐고 공개 논의가 불가능해졌다.
철산법 개정, 철도시설 유지보수 '삭제'가 논점
해당 정책토론회는 철산법 38조 '철도시설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내용의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추진됐고 해당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골자다. 최근 코레일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철도 사고 때문에 시설유지보수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1월5일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작업자가 열차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2월15일엔 서울 지하철 1호선이 한강철교 위에서 멈춰 승객 500여명이 2시간 동안 갇히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국가철도와 지방교통공사 철도, 민자철도의 연계구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재정·민자구간이 결합하는 등 철도 운영·관리 주체간 관계와 역할이 복잡해지는 철도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유지보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12월16일 철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토부 역시 안전관리 체계와 관련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부는 코레일의 시설 유지·보수, 차량 정비, 교통 관제 등 철도 안전 관련 전 분야에 대한 현장점검을 위해 철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단 100명을 위촉했다. 전문가들도 철도 안전사고가 반복되면서 코레일의 독점적 지위를 해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해 인건비 위주 집행구조에 따라 보수비 비중이 낮고 적기에 보수를 하지 못하는 점이 지적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일반철도 유지관리비는 보수비 24%에 인건비·경비 76%에 달한다. 시설유지보수 업무 이관을 찬성하는 입장은 유지관리업무를 이원화해야 기관간 책임한계와 갈등, 불필요한 중복업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철도 노조 집회 현장 /사진=뉴스1
국고 부담 가중, 유지보수비 4년 만에 33.7%↑
국가재정 부담도 완화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유지보수비는 선로사용료(정액)와 국고에서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유지보수비 증가에 따른 국고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유지보수비는 2018년 2433억원에서 2022년 3667억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분 제외)으로 4년 만에 33.7%(1234억원) 치솟았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직접 유지보수를 시행하면 선로사용료(실보수비)와 공단 자체수입(인건비)으로 충당해 국가 재정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레일은 정부예산 위탁범위에서 유지보수를 시행함에 따라 실제 보수비 증액 등 안전 투자에 소극적"이라며 "업무 이관 시 유지보수와 개량사업 등 위·수탁 계약과 매년 시행하는 정산업무 등에 불필요한 행정력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도 노조 측은 유지보수의 철도공단 이관 문제를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유지보수·관제 이관은 민영화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가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은 국토부가 코레일의 잇단 열차 사고로 차량 정비 업무 일부를 민간기업에 넘기고 관제권은 다른 공공기관에 옮기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발단이 된 것이다.

정부는 수서발고속철도 운영사인 SR이 2022년 발주한 14편성(여러 차량이 연결된 열차 한 대) 정비 업무를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맡길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정비시장 민간개방은 전형적인 은밀한 민영화"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조의 민영화 주장은 지나치게 주관적이란 비판도 있다. 최근 발의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국회 통제를 거치는 조항을 신설했다. 정부가 소유한 주주권 행사 시 소관 상임위 보고의무와 정부 소유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려는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즉 국가가 소유한 공공기관의 자산이나 주식을 매각할 경우를 사실상 국회의 통제가 필요한 민영화로 한정했다. 이는 철도 유지보수·관제 이관의 민영화를 논하기 위해선 철도 시설 자산의 소유관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유지보수·관제가 국가 또는 철도공단에 이관되더라도 철도시설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유지보수·관제는 시설관리 영역으로 운영과 직접적인 관계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