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 경영권을 인수한 카나리아바이오엠이 헬릭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소액주주연합회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병성 세종메디칼 대표이사를 헬릭스미스 사내이사로 진입시키려 했는데 소액주주연합회와 일부 외국인투자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헬릭스미스 품은 카나리아바이오엠… "경영권 확보 쉽지 않네"
②'강성부 펀드 표적' 오스템임플란트, 백기사로 위기탈출?
③잇단 소송 잡음… 휴마시스 경영권 향방은
헬릭스미스 임시주총의 승자는 없었다. 지난 1월31일 헬릭스미스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오를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입맛에 맞는 헬릭스미스 이사진을 새롭게 꾸리기 위함이었다.
헬릭스미스는 김병성 세종메디칼 대표이사와 헬릭스미스 창업자인 김선영 전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홍순호 신한회계법인 전무·박성하 법무법인 동인 소속 변호사·김정만 법무법인 정행인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로 선임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액주주연합회와 지분싸움 끝에 홍순호 전무와 박성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그쳤다. 김 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은 헬릭스미스에 반기를 들었던 소액주주연합회도 찬성한 사안이었다. 기존 유전자치료제 후보 물질 엔젠시스의 연구개발을 마무리하고 향후 주가 하락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헬릭스미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과 제150조 제1항,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제2항을 들어 소액주주연합회의 주요 주주 중 8.9%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을 5%로 제한했음에도 김병성 대표를 사내이사로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헬릭스미스가 히든카드로 제시한 이들 규정은 '5% 룰'로 불리는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에 관한 규정이다. 상장사가 발행한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 경영권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 있다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정한 것이다. 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연합회가 이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5% 초과 지분 3.9%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내 1, 2위 법무법인(로펌) 김&장과 세종의 법률자문을 받아둬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일 회사 홈페이지 내 IR레터를 통해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소액주주연합회 측 일부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며 "회사가 임의로 제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 초과분(3.9%)은 6개월간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헬릭스미스의 이 같은 주장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를 위임받는 경우 주총 개최 전까지 지분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리에서 집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헬릭스미스가 제시한 관련 법 규정에 대한 해석은 조금 이상한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기업지배구조 혁신 주주연합 관계자는 "주총 전날까지 의결권 행사를 위임했다가 이를 변경하거나 철회, 또는 전자투표를 통해 결정을 바꾸는 등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5% 대량보유공시의무를 의결권 행사 위임과 관련짓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헬릭스미스가 '5% 룰'을 통해 소액주주연합회의 지분 3.9%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막은 만큼 오는 3월 열릴 임시주총과 정기주총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헬릭스미스의 든든한 우군으로 여겨졌던 외국인투자자의 일부가 카나리아바이오엠에 대해 유보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주총 향방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사진은 헬릭스미스 본사. /사진=최영찬 기자
3월 임시주총·정기주총 향방은
헬릭스미스는 오는 3월15일 임시주총을 다시 연다.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선임하지 못한 사내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사외이사 2명(홍순호 박성하)을 선임하고도 이들을 감사로 선임하지 못했던 것을 매듭지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는 3월 말 정기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데 약 2주 앞둔 시점에 '굳이' 임시주총을 다시 열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을 보낸다. 통상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의 선임은 정기주총에서 이뤄지는데 2주 앞서서 임시주총을 통해 선임하는 게 비용 낭비라는 것이다. 헬릭스미스는 아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외부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나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자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일 헬릭스미스 이사회의사록을 살펴보면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 3명(최동규 김훈식 박재석)도 정기주총 2주 전 임시주총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냈다. 하지만 김선영 전 대표와 유승신 대표를 포함한 사측 이사 5명이 찬성해 정기주총 2주 전 임시주총 개최는 확정됐다.
헬릭스미스가 정기주총 2주 전 임시주총 개최에 나선 것은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진을 꾸릴 수 있다면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연합회의 공세에 방어하기 한층 쉽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법 제385조와 제434조에 따르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즉 소액주주연합회가 등기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총에서 헬릭스미스보다 2배 이상의 지분을 모아야 한다.

소액주주연합회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을 맞았다. 오는 3월15일 임시주총은 물론 3월 말 정기주총에서 헬릭스미스가 규정한 '5% 룰' 규정에 의해 지분 3.9%를 인정받을 수 없는 데다가 그동안 헬릭스미스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1월27일 기준 외국인투자자가 보유한 헬릭스미스 지분율은 약 8.09%에서 지난 6일 기준 약 8.49%로 높아졌다.

여기에 헬릭스미스도 소액주주연합회처럼 개인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 행사를 위한 지분 위임장을 모으고 있다. 오는 3월15일 임시주총 때까지 소액주주연합회는 헬릭스미스와 카나리아바이오엠, 외국인투자자, 또 다른 소액주주와 지분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오는 3월 임시주총과 정기주총에서 헬릭스미스에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헬릭스미스가 지난 임시주총에서 '5% 룰'을 꺼내 들었음에도 김병성 세종메디칼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진입시키는 데 실패해서다. 헬릭스미스를 지지해 온 일부 외국인투자자들도 카나리아바이오엠 또는 김병성 대표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병성 대표가 사내이사에 선임됐다면 헬릭스미스 대표이사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