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목의 전공의 지원율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들 과목에서 의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소아과·흉부외과 의사가 사라진다
②"아프면 서울로"… 지방의료원 의사 15% 부족
③의대 정원은 18년째 3058명… "매년 1000~1500명 늘려야"
#. 경북 포항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저녁에 아이가 아프면 두렵다. 고열로 응급실을 방문해도 수액을 놓아줄 수 있는 전문의가 없어 먹는 약을 처방받는 데 그쳐서다. 평일 오전에 병원을 예약하면 대기번호가 20번대까지 늘어서고 특히 토요일에는 금세 90번까지 차는 경우가 많다. 포항에 약 30곳의 소아과가 있지만 소아만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곳은 거의 없어 일부 병원으로 쏠림현상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 2020년과 2021년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김준완 흉부외과 부교수(정경호 분)는 본과 실습생 시절 수술 후 살아난 소아 환자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흉부외과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주는 장면 중 하나였지만 2023년 상반기 기준 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 숫자는 28명에 불과하다. 전체 모집 정원 57명 중 49%만 충원된 것이다.
필수 진료과목 전공의 지원율 '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시정)의 '2023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결과'에 따르면 전국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 등 필수 진료과목의 전공의 지원율은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전공의의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로 2021년 36%, 2022년 22%에 이어 더 떨어진다. 대학병원 50곳 중 38곳(76%)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1명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다음으로 전공의 지원율이 낮은 곳은 핵의학과(29%) 흉부외과(49%) 병리과(51%) 가정의학과(57%) 외과·방사선종양학과(65%) 산부인과(75%) 순이다. 산부인과 전공의를 1명도 확보하지 못한 대학병원은 16곳, 외과는 17곳, 병리과는 21곳에 이른다.

반면 피부과·안과·성형외과(피안성), 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정재영) 등 인기과의 전공의 확보율은 수년째 100%다.

이 같은 전공의 확보 불균형 현상은 지방은 물론 의사 인력이 쏠리고 있다는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수도권 대학병원에서조차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야간 소아응급실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10월 소아청소년과 진료 가능시간을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로 변경하며 소아청소년의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했다. 이대목동병원도 지난해 9월부터 야간 소아 환자에 대해 인근병원 응급실 진료를 이용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다 보니 가급적 외래 시간에 맞춰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한 필수 진료과목에서는 다른 과에 비해 의사의 연령대가 높다는 점도 문제다. 기존 의사들이 은퇴한 이후 뒤를 이을 의사가 적어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지난해 10월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연령은 53세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61.43%로 가장 높았다. 흉부외과 전문의의 50대 이상 비율은 59.98%, 외과 전문의는 56.56%로 뒤를 이었다. 이와 달리 '피안성' '정재영' 인기과의 50대 이상 전문의 비율은 평균 45.83%다.

주요 진료과목별 전공의 확보율. /인포그래픽=이강준 기자
18년째 3058명에 '꽁꽁'… 1000명당 의사 2.5명 'OECD 최저 수준'
필수 진료과목에서 전공의 확보가 쉽지 않다 보니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복지부에 2024년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도 지난 1월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도 업무추진 계획을 보고하면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월8일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충 목적은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의료인력이 부족해서다"면서 "필수의료 확충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기 때문에 조속히 논의를 시작해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7월 내놓은 'OECD 보건통계 2022'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국내 의사 수는 2.5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7명)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멕시코(2.4명)와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지난해 12월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 추세대로라면 2035년 의사 수는 수요에 비해 2만7000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보고서에서 2035년 의사가 2만50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의 과잉 공급을 주장하고 있다. 저출산 경향이 심화하면서 의사 1인이 케어할 국민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복지부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들어 2020년 국내 의사 수는 13만명 수준인데 의사 1인이 돌봐야 할 국민 수가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연평균 2.6% 감소세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피안성' '정재영' 등의 인기과 쏠림 현상이 심한 상황에서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필수 진료과목에 지원할 전공의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필수 진료과목 의사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해당 분야의 보험수가가 낮은 문제, 의료사고 책임 문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에 대한 지원 대책이 없어서다"면서 "특정분야 특정지역 의사 수가 부족하니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