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미 국채 가격 하락,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예금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두고 이같은 두가지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통화 긴축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해 SVB는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다. 이같은 상황을 알게 된 예금주들은 스마트폰 뱅킹 앱에서 터치 몇번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예금 인출을 할 수 있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 파산 사태로 인해 정부와 금융당국,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금융당국은 예금자를 보호하고 SVB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유동성 공급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연준은 모든 예금자의 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적격담보조건으로 은행에 1년 만기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재무부는 이번 지원의 일환으로 환안정화기금(ESF)에서 최대 250억달러를 이용해 지역 연준은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16위 은행 SVB "어쩌다 파산까지"
SVB는 총자산 276조5000억원 규모로 미국에서 16위 은행이다. SVB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주로 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에 상당한 투자금이 몰렸다. 미국 벤처캐피털(VC)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가운데 절반가량은 SVB와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꺼번에 들어온 목돈을 SVB에 예치하기 시작했다. SVB 예금 규모는 2017년 말 440억달러에서 2021년 말 1890억달러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출은 230억달러에서 660억달러로 약 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직접 자본 조달로 대출 수요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막대한 예금을 받은 SVB는 돈을 굴리기 위해 1%대 장기 국채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 연준의 강한 통화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해 SVB는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통화 긴축에 따른 시중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벤처캐피털의 돈줄이 막히자 자금난에 봉착한 스타트업·벤처기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SVB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자금 인출로 SVB는 채권을 팔면서 평가손실이 실제 평가손실화됐다.

SVB 재무건전성 악화되자 무디스는 SVB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려 했다. 이에 SVB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도가능증권(AFS)을 매각해 18억달러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이어 이를 보전하기 위해 22억5000만달러 규모 주식 발행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18억달러 규모의 손실 발표가 뱅크런(대량 인출)의 도화선이 됐다.

고객들이 뱅크런 공포에 예금인출에 나섰고 9일 하루만에 SVB 예금자들이 인출한 금액은 420억달러에 이른다.

바로 다음 날인 10일 오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역대 최대의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SVB의 예금주는 온라인으로 하루 종일 대화하는 스타트업 투자자"라며 "SVB 위기론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겁먹은 고객들이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서둘러 예금 인출에 나선 것이 뱅크런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틀도 안걸린 SVB 뱅크런… 디지털금융 강국 한국, 안심할 수 있나
과거의 뱅크런은 은행 앞에 줄을 서서 예금인출을 시도하는 모습이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뱅킹 앱에서 숫자 몇 번을 누르는 것만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해 한국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모바일 뱅킹을 적극 육성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 중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 포함) 등록 고객수는 2억704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8.5% 증가했다.

이중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수가 1억6922만명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고객 수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인터넷뱅킹의 일평균 이용 건수는 1971만건으로 전년 대비 13.8% 늘었다. 이용금액은 8.2% 늘어난 7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모바일 뱅킹 이용 건수와 금액은 각각 1684만건, 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3%, 10.3% 급증했다. 이용 건수로는 모바일 뱅킹이 전체 인터넷 뱅킹의 85.4%, 금액으로는 18.6%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뱅크런이 은행 부실 문제로만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 부실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아도 뱅크런이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온라인상에서 떠돌면 불안한 예금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예금 인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예금자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 앞에 줄지어 서 있었지만 현재 또다시 비슷한 위기가 발생하면 모바일을 통한 뱅크런이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 예치와 인출 등 모든 금융거래가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면서 디지털 뱅크런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