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기도 부천 DB하이텍 본사에서 '제70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부문을 떼어내고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거듭난다. 소액주주들의 반대 속에서도 파운드리와 팹리스 물적분할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다.
DB하이텍은 지난 29일 경기도 부천 본사에서 열린 '제7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브랜드 사업부를 분사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수의 53%, 참석주주 주식수의 87.1% 찬성했다.

물적분할로 분사되는 신설 법인 사명은 DB팹리스(가칭),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최창식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환경의 급변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을 받아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미·중 갈등 심화, 러·우 전쟁 장기화 등으로 공급망 불안과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가동률 하락과 가격 인하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실적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반도체 업계를 둘러싸고 투자 축소, 감산 등의 암울한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고는 있지만 DB하이텍은 2023년을 또 하나의 성장 스토리를 써 나가는 원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물적분할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약속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와 브랜드의 동반 성장을 추진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분할 이후 특화 파운드리 고도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세계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전력반도체를 기반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전압 제품과 특화 센서 라인업을 확충하며, 자동차와 산업 등으로 응용분야 비중을 높여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의 보급 확대와 함께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SiC, GaN 등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순수 파운드리 선호 업체로도 고객층을 확대해 갈 예정이다.

DB팹리스는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전문회사로 성장시킨다. 그동안 파운드리 고객의 기술유출을 비롯한 이해 충돌 문제 때문에 범용제품인 LCD 중심의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만 국한할 수밖에 없었던 사업영역을 부가가치가 높은 OLED 구동칩으로 확장하고 미니 LED TV 구동칩 등 고성능 반도체로 확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향후 파운드리 기업가치 4조, 브랜드 기업가치 2조로 총 기업가치 6조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건은 무난히 통과됐지만 이날 현장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 물적분할 추진을 철회해놓고 말을 바꿔 올해 다시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점,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을 통한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 하락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최창식 회장은 주주들의 우려 해소를 위해 향후 5년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5년 이후 자회사상장을 추진할 경우 DB하이텍 주총을 통해 주주 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고 언급했다. 정관 개정 안건은 이날 주총에서 결의됐다.

DB하이텍은 앞으로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병행하면서 생긴 고객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파운드리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창식 부회장은 "신설 자회사는 비주력인 팹리스 사업을 하는 데다 상장 계획도 없어 주주가치 훼손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DB하이텍과 신설 자회사 모두 걸림돌 없이 발전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