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주의무 취소' 주택법 통과 안되면 사회 '대혼란'
(2) 고의적 '선의의 피해자' 만든 정부, 졸속 입법 노렸다
(3) 매매가 1억 전세가 '1억3100만원'… 아파트도 '경고'
#. 지난 3월 서울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손꼽힌 강동구 둔촌주공(단지명 '올림픽파크 포레온') 일반분양 무순위청약에서 899가구 모집에 35배가 넘는 3만1540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청약 물량 대부분이 소형이어서 실거주가 아닌 임대나 전매를 목적으로 한 투자자들이 청약에 뛰어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에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최대 5년간 해당 주택에 직접 거주해야 하는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1·3 부동산대책'이 '둔촌주공 구하기 대책'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다. 1만가구 이상 대단지의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사업 도산을 넘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 금융권으로 전이가 우려돼 정부가 선제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법'상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계약자의 거주의무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대혼란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권 전매계약 당사자 간에 거래를 취소하거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거주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했지만 법조계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
분양권 전매 허가하자 거래 급증해━
국토교통부는 2021년 2월19일(입주자모집공고 기준) 이후 수도권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기간을 부여했다. 정부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산정하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를 막기 위해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던 거주 의무를 민간분양에도 확대 적용한 것이다.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80% 미만 5년 ▲분양가가 시세의 80~100%인 경우 3년 등의 거주의무를 적용했다. 민간택지 아파트는 ▲시세 대비 분양가가 80% 미만이면 3년 ▲분양가가 시세의 80~100%일 때 2년이다. 거주의무 기간은 최초 입주일부터 계산한다.
정부는 올해 부동산 경기침체를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을 추진하면서 '소급 적용'도 약속했다. 다만 이는 주택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했다.
거주의무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발표만으로도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급상승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1~2순위)은 평균 7.92대 1로 ▲2022년 12월 2.83대 1 ▲2023년 1월 5.35대 1 ▲2월 5.37대 1 ▲3월 4.9대 1 등에 비해 높아졌다. 서울은 2022년 12월 6.52대 1에서 지난달 37.4대 1로 상승했다.
━
민사소송 통해 분양권 계약 철회해야 하나━
분양권 전매가 가능할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만 내고 잔금을 치르기 전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으로 자금을 막을 수 있다. 즉 보증금과 매매가 차액만 투자하는 '갭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오는 7월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포레'(1466가구) 'DMC 파인시티자이'(1223가구) 등은 남은 2개월여 동안 주택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입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난 4월 전매제한 완화 조치로 서울에서 16개 단지 약 1만1233가구의 전매가 가능해졌다. 전매제한 완화가 시행된 4월엔 서울에서 37건의 분양권 거래가 신고됐다.
만약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전매를 기대하고 청약에 나선 계약자들은 해외 체류나 상속 등 예외 사유가 아닌 경우 잔금을 치러야 한다. 해당 주택에 직접 거주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전매를 한 경우에 거주의무를 이행하려면 재매입을 해야 하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유일하다"면서 "시행령을 졸속으로 개정해 부동산 소비자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동산 업계 일각에선 분양권 전매 당사자 간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거주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란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계약이 법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대안이 무엇이냐는 의도의 질문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최광석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주택법상 공급받은 자가 거주의무를 지므로 임대차계약 등을 통해 법적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계약 철회 등 민사 소송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선의의 피해자가 대규모로 양산되지 않도록 사회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
'선의의 피해자' 볼모로 법 개정하려 꼼수━
거주의무 폐지를 위해선 주택법을 개정해야 해 지난 2월 초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이후 3월과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두 차례 열렸지만 법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법 개정을 믿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은 난관에 봉착했다.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청약제도의 기본 취지가 무주택자 주거지원의 특혜 성격임을 고려할 때 거주의무를 알면서도 무리해서 분양받은 계약자들의 문제를 정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정부가 직권으로 바꿀 수 있는 시행령을 개정해 분양권 전매를 해제한 것은 향후 법안 통과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놓은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