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가 쥐락펴락한 高해상운임의 진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지난해 역대급 실적 쓴 해운사
②해상운임 속절없는 폭락에 업계 '좌불안석'
③국내 해운업계 재편은 가능할까
지난해 해운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막대한 영업이익을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상운송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운임이 최대 5배 이상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영업손실 만회가 최우선과제였던 국내 1위 해운사 HMM의 영업이익은 9조9455억원에 달한다.

2021년과 2022년 해운업계에 훈풍이 분 덕분에 주요 해운사들의 자산 순위도 뛰었다. 지난해 재계 25위였던 HMM은 올해 19위, 34위였던 SM그룹은 SM상선의 호실적에 30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해운업계 2위 고려해운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7918억원을 거둔 덕분에 고려HC그룹은 올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며 재계 69위에 이름을 올렸다.


재무건전성도 좋아졌다. HMM 부채비율은 2019년 556.7%에서 2021년 72.5%, 지난해 25.5%로 개선됐다. SM상선도 2019년 285.5%에서 2021년 38.7%, 2022년 27.3%로 낮아졌다. 고려해운은 2019년 70.3%에서 지난해 한자릿수(8.2%)로 낮췄다.
역대급 실적, 어떻게 가능했나

해운사들의 부채비율 추이 /그래픽=이강준 기자
국내 해운선사들이 잇따라 역대급 실적을 거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운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까지는 글로벌 해운사들의 인수·합병이 이어질 만큼 업황이 좋지 않았다. 국내서도 대형 해운사가 잇따라 무너지며 정부 주도로 합병이 추진됐다.

국내 업계 1위였던 한진해운이 경영악화로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정부 주도 아래 국내 해운업계가 재편됐고,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업계 2위 현대상선과 합병하며 현재 'HMM'으로 거듭났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글로벌 해운사들은 새로운 선박 발주에 소극적이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새로운 판을 짰고, 이들 위주로 신규 선박 발주가 이어지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며 "당시는 그 어떤 것도 예측하기가 어려웠는데 대형 선사들은 자금력으로 대비에 나섰지만 중소 선사들은 뒤처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항 감만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사진=뉴스1 DB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화물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코로나19 백신 등 의약품 수송과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등의 보복소비로 화물 수요가 급증했고 운임도 뛰었다. '선복량'(화물 적재공간) 부족 현상이 운송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 상황. 일부 선사들이 돈 되는 노선만 운항해 운임 상승을 부추긴 것도 논란거리다.
항만과 내륙운송이 차질을 빚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항만의 선적·하역작업 인력이 부족하고 항구 주변 컨테이너야드에 쌓인 화물을 내륙으로 운송하는 것도 차질을 빚었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항로 스팟 운임을 반영한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글로벌 운임 수준 지표로 활용된다. 1000포인트가 수익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데 2019년 이전 평균 운임지수가 800포인트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1월 5109.6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었다. 올해는 1000포인트 주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용 증가에 해운 운임 인상 전망
HMM 1분기 실적 비교 매출액 /그래픽=이강준 기자
지난해 급증한 해운사들의 영업이익이 다시 줄어들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해운 운임이 낮아진 데 따른 수익 감소, 장기적으로는 여러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HMM의 지난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4조9186억원)대비 57.7% 준 2조815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3조1486억원이던 영업이익도 올 1분기 3069억원으로 90.3% 감소했다.

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을 운영하면서 운항비 등 전반적인 비용 상승도 예상된다. 연료로 전통적인 선박유 외에 그린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수소 등을 쓰면서 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해운 운임이 치솟았을 때 저가 운임 정책을 펴는 건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가 되고, 시장에서는 물을 흐리는 것이 된다"며 "결국 정부의 개입 없이는 운임 컨트롤이 쉽지 않아 각국 정부가 점검에 나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