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국내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동결된 약 9조원 규모의 이란 동결자금 회수를 위해 한국을 법정에 세운다. 사진은 이란 국기. /사진=로이터
이란 정부가 국내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동결된 약 9조원 규모의 이란 동결자금 회수를 위해 소송에 나선다. 이란 자금은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 가동이 지난 2019년 중단돼 국내에 동결됐다.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은 IBK기업은행·우리은행 계좌에 원화로 입금하면 이란 중앙은행이 이란 통화인 리얄화로 대금을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각) 이란 매체 타스님은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준수한다는 이유로 지난 5년간 동결한 70억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이란) 자금을 동결 해제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하마드 데그한 이란 부통령도 이날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비라스티를 통해 "대통령 직속 법률실은 국가재산 반환을 위한 법적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데그한 부통령의 공지에 앞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한국에 예치된 동결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국제 중재를 신청하는 법안의 승인을 이란 국회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데그한 부통령은 비라스티를 통해 "토요일(22일)에 의회에 제출된 법안은 행정부가 정부 자산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중재를 진행하기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이란 헌법 139조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가 소송에 나선 이유로는 'JCPOA 복원 협상 무산'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오만의 중재로 릴레이 회담을 벌였으나 JCPOA 복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머니S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란과 미국은 '한국 동결자금'을 JCPOA 복원과 투트랙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이라크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 27억달러(약 3조4000억원)가 동결 해제된 데 반해 IBK·우리은행에 동결된 70억달러는 여전히 동결된 이유다. 지난 2015년 JCPOA 최초 합의 당시 미국과 이란이 '선' 동결자금 해제, '후' JCPOA 타결에 방식과는 다른 것이다. 70억달러 동결자금 회수는 '미국 압박' 효과 외에도 지난해 8월 합의한 JCPOA 복원안에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란 입장에선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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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POA 복원 무산 등 현 상황에 대해 이란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JCPOA 복원 협상에 이란 대표로 참여중인 이란인 소식통은 지난달 머니S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달 19일 머니S와 통화에서 그는 "답답하다. 당장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란)마리반 지역에서 핵활동 흔적이 나왔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전격 중단하지 않았는가"라며 "투르쿠자바드 지역과 바라민 지역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시간끌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라늄 농축에 관한 테크니컬한 의제가 JCPOA 복원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지난해 8월처럼 또다시 시간끌기에 돌입했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선 한국 정부의 대이란 외교 미흡을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달 4일 한국인 소식통은 머니S에 "국내에 예치된 70억달러가 이란 동결자금 중 최대 규모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본에 예치된 이란 동결자금의 액수가 70억불보다 크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유조선을 (지난 2021년 1월) 나포하는 등 유독 한국에만 강한 불만을 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이란도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세컨더리보이콧을 무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베(신조 전 일본 총리)가 대이란 제재 복원 이후인 지난 2019년에도 직접 테헤란을 찾은 배경도 이란 측을 달래기 위함"이라며 "당시 미국과 이란의 사이가 최악이었던 시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란은 한국이 지난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JCPOA 탈퇴 이후에도 대이란 외교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유조선 나포 이전부터 총리 등 고위급이 테헤란을 방문했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조선 나포 이전부터 고위급 파견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8900만 거대 시장(이란)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머니S에 "한국과 일본에 동결된 이란 자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내에 동결된 (이란)자금이 일본에 동결된 (이란)자금보다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