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LH 발주 단지 9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가운데 15곳에서 반드시 시공해야 할 철근이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15곳 중 10곳은 설계에서, 5곳은 시공 과정에서 각각 결함이 발견됐다. 이와 관련 LH의 허술한 관리·책임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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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이름 믿고 입주했는데…" 우려 커진 입주민들━
지난 2일 찾은 경기 남양주 별내퍼스트포레아파트(남양주별내 A25). 지하주차장에는 보강공사를 위한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군데군데 설치돼 있었다. 일부 잭서포트엔 '붕괴 우려 때문이 아닌 본격적인 보강공사에 앞서 입주자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것'이란 공지문이 붙었다. 철근 누락으로 혹시 아파트가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입주민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아이를 키우는 집이다 보니 무서운 마음이 몇 배로 든다"며 "실제로 무너지는 일은 희박하다고 해도 불안이 계속돼 작은 소리만 나도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LH에서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이라고 해서 믿고 들어왔는데 입주 1년 반만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사과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 할 타이밍"이라고 했다.
이 단지는 지하주차장 기둥 302개 중 126개의 철근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근로자들이 다른 층 도면을 보고 시공, 철근을 누락했다. 오는 9월30일까지 7억5000만원을 들여 보강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철근 누락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 단지는 지난 2일부터 취재진 출입을 통제했다. LH의 조치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음벽 너머로 보이는 지하주차장 입구 앞엔 철근과 콘크리트 파이프 등 건설 자재가 놓여 있었다. 준공을 앞뒀던 단지답게 각 동은 대부분 공사를 마친 것으로 보였다. 도로 포장과 조경 공사 작업이 남았으나 이 또한 일시정지되며 현장에선 썰렁함만 느껴졌다.
지역 커뮤니티에선 예비 입주자들의 걱정이 한바탕 쏟아졌다. 이 단지는 행복주택으로 주요 입주자가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이다. 취업 2년 만에 새 집에 입주하게 돼 설렜다는 20대 C씨는 "공공주택이어서 더 믿었는데 봉변당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신혼부부라고 밝힌 D씨는 "안전을 담보로 공급된 집이라면 아무리 저렴해도 안 사는 게 낫다"며 "계약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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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에 계약해지·손해배상 해준단 정부… 현행법으론 불가━
무량판은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로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철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구조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설계나 시공 과정에 하자가 발생하면 지난 4월 인천 검단에서 무너진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지난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때처럼 대형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LH는 떨어진 신뢰 회복을 위해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입주 완료 5개 단지 중 4곳에 대해 입주자 설명회를 열어 보강 일정을 안내하고 정밀안전진단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 별내 A25 단지에 대한 설명회도 이달 내로 열 계획이다.
당정은 지난 2일 입주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하는 한편 입주 예정자에게는 재당첨 제한이 없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LH 측은 계약해지권을 어디까지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사유 주체에 따라 위약금 납부 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부 입주 예정자 사이에선 이미 납부한 대출이자 역시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며 이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법조계에선 실제 손해배상이 이뤄질 경우 배상액 산정의 기준을 정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15개 단지마다 책임 소재가 가장 큰 업체와 빠진 철근 수 등이 모두 달라서다.
이어 "하자 범위에 따라 주민 간 형평성 논란이 예상되며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에 따라 배상 얘기도 나온다면 피해 범위가 막대하게 넓어질 수 있어 특별법을 만든다고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국토부가 더욱 투명하고 날카로운 안전 진단을 실시하는 것이 우려 종식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부실공사 논란은 제도가 없어 발생한 게 아니라 적절한 구조설계와 그에 충실한 시공, 즉 원칙을 준수하는 실행역량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간 자재비 등 공사비가 늘어나는 등 업계 현안이 바뀌는 상황에서 모든 변수가 동일한데 업무만 늘어난다면 원칙 준수는 어려우며 표준형 공사비가 적용되는 공공임대주택의 건설에선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원칙 준수에 수반되는 비용 증가가 있다면 이를 공사비에 적절히 반영할 필요가 있고 건설생산품의 품질확보와 현장안전에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라면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인지해야 한다"며 "동시에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에 영업정지와 폐업 등을 넘어선 적절한 패널티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토부 전수조사에서 설계, 감리, 시공 중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그 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하며 결과에 따라 현 상황에 알맞은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보강공사까지 거치면 공사기간(공기)가 밀리는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으나 이번 철근 누락 사태가 아파트 전체 시장의 공급 위축 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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