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차량들이 운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제품값의 10% 미만인데… 설탕·우유 가격 상승에 밥상물가 '휘청'
②전기료 인상 압박에 산업계 노심초사… 최종 피해는 소비자
③시멘트값 인상에 부담 껑충… 분양가 고공행진 우려
최근 국내 시멘트사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분양가 인상 요인이 가중되고 있다. 시멘트사들은 전기료 인상과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에선 원자재값 인상으로 아파트 건설사업이 축소돼 수급 불안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멘트업계 "가격 인상으로 환경 규제 대응할 것"
쌍용C&E는 오는 16일부터 벌크시멘트 공급 가격을 톤당 11만2000원으로 6.9% 인상한다. 앞서 쌍용C&E는 지난 7월부로 시멘트 가격을 14.1% 올리겠다고 밝혔으나 레미콘과 건자재 업계의 반발로 인상률을 낮췄다. 한일·한일현대시멘트도 다음 달부터 기존의 12.8% 인상안을 수정해 벌크시멘트 톤당 가격을 6.8% 오른 11만21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삼표시멘트는 이달부터 시멘트 톤당 가격을 10만5000원에서 11만8600원으로 13.0% 올리기로 했다. 한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도 이달부터 시멘트 톤당 가격을 각각 11만8400원(12.8%↑), 11만8000원(12.1%↑) 인상했다. 성신양회는 지난 7월부터 시멘트 톤당 가격을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14.3% 올린 바 있다.


시멘트업계는 친환경 설비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제품값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멘트사들은 2027년까지 폐합성수지 소각으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폐합성수지를 태울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줄이기 위해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를 설치해야 해서다. SCR는 85~90%의 제거 효율을 가지는 반면, 시멘트사들이 최근 도입한 선택적비촉매환원설비(SNCR)는 40%에 그친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강화되는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SCR 비용은 1기당 최대 300억원에 달한다"며 "운영 비용까지 생각하면 시멘트사들의 부담이 커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시멘트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환경 규제까지 더해져서 고민이 크다"며 "그럼에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상 폭을 낮췄다"고 했다.
건설사 "원가 부담에 분양가 인상 불가피"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이 2021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50% 가까이 올랐다고 반발했다. 쌍용C&E의 2021년 상반기 시멘트 가격은 톤당 7만5000원이었으나, 이후 7만8800원(2021년 7월)→9만800원(2022년 4월)→10만4800원(2022년 11월)→11만2000원(2023년 10월)으로 올랐다.
2021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시멘트 가격 증가율이 레미콘 가격 증가율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시멘트 가격 불안정이 공사 재료비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따르면 레미콘 가격은 2021년 8월 6만6100원에서 6만9040원(2022년 4월)→7만5860원(2022년 8월)→8만3446원(2023년 6월)으로 올랐다.


시멘트 가격 인상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멘트를 비롯한 레미콘과 콘크리트 제품은 핵심 건축자재로 이들의 가격 변동이 건설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부 시멘트사는 레미콘 생산도 겸하고 있어 중소 레미콘사와 경쟁에서 유리하다.

레미콘과 콘크리트 제품은 공사비의 5~11%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의 총투입계수표에 따르면 레미콘 투입 비용은 공종별로 ▲주거용 건물 5.5% ▲비주거용 건물 3.9% ▲ 도로시설 6.5% ▲철도시설 4.5% 등이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 물가 상승세는 2% 수준으로 둔화됐으나 시멘트와 고로슬래그, 레미콘 등 비금속 자재 품목은 상승 추세다. 특히 시멘트와 레미콘 등 주요 자재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18% 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와 철근이 건설 원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레미콘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분양가도 오르고 있다"며 "대형사는 물량을 미리 확보하거나 인상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협상 능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부 업체가 시멘트 인상률을 14%에서 7%대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시멘트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이 크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