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어스온이 지난 21일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에서 생산한 원유를 수상∙수중 호스를 통해 유조선에 선적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이 중국 17/03 광구에서 첫 원유 선적을 마치면서 과거 역사에 관심이 모인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선언하고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지분 참여를 시작으로 석유개발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든 첫 사례였다.

SK어스온(당시 대한석유공사)은 첫 프로젝트와 이듬해 참여한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광구 개발 모두 실패했으나 1984년 7월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원유를 발견, 1987년 12월 하루 15만배럴의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 석유개발 사업은 큰 비용을 들여 탐사에 성공해도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 10~20년 이상 소요되고 성공 가능성은 5~10%에 불과해 그 의미가 컸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자원개발에 실패해도 임직원들을 문책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얀마 자원개발이다. 1989년 미얀마에서 시작한 초대형 프로젝트가 1993년 총 7447만달러를 쏟아붓고 철수했어도 "우리는 장사꾼이 아니라 기업인"이라며 "자원개발 사업이란 본래 1~2년 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이번 실패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 역시 자원개발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전권을 맡겼다. 최태원 회장은 2000년 페루 최대 국책 사업인 카미시아 사업에서 페루 대통령이 각 사업대표를 초청하는 자리에 "전권을 드리겠다"며 "100% 위임할 테니 책임감을 갖고 회사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결정을 해달라"며 당시 자원개발 사업대표를 현장에 보냈다.

SK어스온은 처음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든 이후로 40년간 34개국에서 100여 개의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축적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에 기여했다. 한국은 에너지 대외 의존도 90% 이상의 '에너지 취약 국가'로 석유, 광물 등 자원을 전량 수입하지만 석유 소비량은 세계 8위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자주개발률은 지난 2015년 16%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해 2021년 11%를 기록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SK어스온의 중국 17/03 광구 원유 생산과 베트남 16-2 광구 탐사 성공은 자원개발 사업의 전례 없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SK어스온은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 내 LF(Lufeng)12-3 유전에서 지난 9월 생산 시작한 원유를 유조선에 선적∙출하했다.

명성 SK어스온 사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출하식에서 "앞으로도 중국 17/03 광구의 안정적인 원유 생산에 전념해주기 바란다"며 "원유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려는 노력도 지속해 자원개발 사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