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5대 금융지주 건전성 우려, 올해 대손충당금만 10조원
②실적부진에 쪼그라든 IB… 증권사, 파생상품 악몽 떨치나
③긴장감 도는 보험업계… 고금리 파고에 재무건전성 적신호
④"고금리 속 부동산PF 리스크 장기화" 금융업 신용등급 하락 파고 넘길까
⑤제때 못 갚는데… 고금리 대출 증가에 카드사 연체율 비상
⑥"대형사도 험난하네" 저축은행 PF연체율 어쩌나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속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취약차주가 늘며 카드사의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대출을 받은 뒤 나눠 갚는 고금리 대출상품인 리볼빙 잔액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었고 연체율도 덩달아 뛰었다. 카드사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리볼빙 이자로 수익성 방어를 꾀해왔지만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오히려 발목이 잡혔다.
고공행진 리볼빙… 2명 중 1명 이자 연 18%
올 3분기말 기준 카드사 대다수는 연체율 관리에 실패했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직전 분기보다 0.39%포인트 오른 2.25%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으며 우리카드는 1.82%에서 2.10%로 한 분기만에 0.28%포인트 올랐다. KB국민카드 연체율은 2.02%, 신한카드 1.62%, 롯데카드 1.58%, 삼성카드는 1.15% 로 각각 집계됐다. 현대카드(0.99%)만 유일하게 0%대다.

리볼빙 급증이 연체율을 끌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4696억원이다. 올 3월말 7조1196억원, 6월말 7조2697억원, 9월말 7조5024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10월말 소폭 줄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년 새 카드사별 리볼빙 잔액이 많이 늘어난 곳은 KB국민카드로 1조3544억원에서 1조5165억원으로 1621억원 늘었다. 뒤를 이어 신한카드(1조4448억원→1조668억원), 삼성카드(1조1857억원→1조3463억원), 롯데카드(9403억원→1조956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이 부족한 고객이 결제금액의 일부를 나중에 갚도록 해 연체로 빠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금융서비스다. 하지만 고금리가 붙어 사실상 대출상품으로 분류된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차기 이월액에 다달이 추가되는 카드값의 일부가 리볼빙 돼 향후 상환해야 할 원금은 물론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대출 규모가 커진 데다 질도 나빠졌다. 카드사들은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고금리를 붙여 서비스를 전개 중이다. 적용 금리대별 회원 분포를 살펴보면 하나카드는 리볼빙 이용회원의 48.54%가 '연 18~20% 이하'의 금리로 이용했다. KB국민카드는 44.23%, 신한카드는 44.11%의 회원이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 수준으로 이자를 내고 있었다.


실제 비씨카드는 지난 10월말 신용점수 '300점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연 19.68%의 이자를 적용, KB국민카드는 연 19.56%의 이자를 걷었다. 리볼빙을 이용하는 두 명 중 한 명은 법이 정한 범위 내 가장 높은 수준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꼴이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취약차주들이 리볼빙을 주로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가 이자를 부르고 결국 카드사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카드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리볼빙 영업에 적극 나선 건 수수료율 인하, 고금리 속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 하방 압력이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카드론과 달리 리볼빙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결제대금을 제때 갚지 못한 이들이 늘면서 리볼빙 이용이 늘어났다"며 "DSR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소득이 적고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들이 리볼빙으로 몰린 탓도 컸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황도 글쎄… "모니터링 강화해야"
그래픽=김은옥 기자
리볼빙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카드사들이 '최소결제'와 '일부결제'라는 표현을 사용해 리볼빙 개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고금리가 붙는다는 안내가 부실하단 점을 경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리볼빙 잔액, 이용 회원 수, 이월 잔액, 연체율 등을 따져 관리가 필요한 카드사들에게 집중 관리를 주문할 예정이다.
다만 단기간 연체율이 개선되거나 리볼빙 차주들의 신용위험도가 떨어질 일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신용카드회사 차주들의 신용위험도는 29다.

올해 1분기 36에서 2분기 6으로 떨어진 뒤 3분기까지만 해도 한 자리수(7)를 유지했지만 3달 만에 4배 이상 위험도가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던 2021년 동기(7), 2022년 동기(25)와 비교해서도 높다. 한은 관계자는 "저신용·저소득층 등 취약차주의 채무상환부담 증대 등에 따른 신용리스크 상존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드사 전반적으로 건전성 관리 여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나 자영업자 여건 악화 등 한계 차주의 증가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할부와 리볼빙 등 대출성 소비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들의 실질적 상환부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