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 건물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2024.2.14/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안 될까봐 걱정이에요. 대통령 비서실장 하면서 지역을 떠나 마음이 조금씩 흩어졌을까봐서요."

뉴스1이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에서 만난 전모씨(61)는 과거 학부모회장을 지내던 시절 아들의 고등학교에서 모이는 축구 동호회에 나왔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35년째 성동에서 살고 있는 전씨는 "초선 때부터 좋아했던 사람이지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만큼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가 있는 같다"며 "개발되면서 사람도 많이 바뀌었다. 당선되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누구의 텃밭도 아닌 성동…홍익표 3선이지만 대선·지선 與 편들어

임 전 실장과 윤희숙 전 의원의 중·성동을 빅매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유권자들은 과거에도 성동구에서 당선된 전력이 있는 임 전 실장이지만, 지역을 오래 비운 만큼 '경제통' 윤 전 의원과는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중·성동갑은 20대 총선 때부터 신설된 선거구다. 유권자 수가 법적 상한선에 못 미쳐 단일 지역구가 되지 못한 서울 중구에 성동갑의 일부 지역이 편입되며 중·성동을이라는 선거구가 만들어졌다. 성동갑의 나머지 지역구가 성동을에 편입되면서 중·성동갑이 됐다.

이곳은 흔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20·21대 총선에서 모두 홍익표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켰다. 현재 중·성동갑과 상당 부분 겹치는 성동을에서는 17대와 19대 총선에서 임 전 실장과 홍 원내대표가 각각 당선됐다.

그러나 성동구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0.0%포인트(p) 표차로 승리를 거둔 곳이기도 하다. 같은 해 치러진 지선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60.9%의 표를 몰아주고도, 정작 구청장은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57.6%를 득표해 서울 구청장에 당선된 8명의 야당 후보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서 중·성동갑은 무주공산이 됐다. 이곳 지역구 의원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험지인 서초구을 출마를 밝히면서다. 민주당은 이곳을 전략지역구로 지정해 '친명계 공천'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임 전 실장이 출마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윤희숙 전 의원과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 최원준 서울시당 홍보위원회 수석 부위원, 이충한, 정영규 후보자가 중·성동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스윙보터'가 많은 지역인 만큼 다수의 주민이 '누구를 뽑을 거냐'는 질문에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나모씨(48)는 "무조건 뽑을 수 없다"며 "서민들을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경동시장에 장 보러 나온 30대 여성 또한 "공약집을 보고 뽑을 것"이라며 "아기한테 도움이 되는 공약을 약속하는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

윤희숙 전 의원이 서울 성동구 중랑천변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2024.2.14/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임 공백 메우고, 윤 지역 기반 다져야…숙제 내준 유권자들

지역에서는 성사만 된다면 가장 기대되는 매치로 임 전 비서실장과 윤희숙 전 의원 간의 대결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이 무난하게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임 전 실장의 보좌관 출신인 정원오 구청장이 큰 표차로 승리한 만큼 지역에서 아직 영향력이 잔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방심을 경고하듯, 유권자들은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놨다. 성동구에서 약 30년째 거주 중인 김모씨(63)는 임 전 실장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다"면서도 "정 구청장은 투명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상반된 평가를 했다. 전씨도 "정원오 구청장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서둘러 임 전 실장이 공천부터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중·성동갑을 전략지역구로 지정해 친명계 의원이 공천받을 거라는 예측도 나오는 만큼 임 전 실장의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박모씨(55)는 "이재명 대표 때문에 공천을 못 받을 것 같다"며 "만약 공천을 빨리 받으면 여기가 텃밭이니까 무난히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전 의원에게도 중·성동갑은 결코 만만한 지역은 아니다. 시민들은 윤 전 의원을 "경제 전문가"라거나 "유능하다"고 하는 평가하기도 했으나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윤 전 의원 또한 이날 지역 일정을 소화하며 뉴스1과 만나 "국민의힘이 지역에서 존재감이 약한 건 사실"이라며 "두 달 남았으니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이름이 적힌 웃옷을 걸친 채 중랑천변을 걸으며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또 왔냐"며 반갑게 맞이하는 주민들에게 "오늘은 두 명이 오셨네"라며 친근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임 전 실장 또한 이날 오전 왕십리역에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에게 일일이 90도 인사하고 악수도 청하는 등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