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4일 오전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2024.3.14/뉴스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들의 구속 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찰의 속내가 복잡하다. 수사선상에 오른 의협 전현직 간부들은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부추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전공의 이탈 이슈에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데다 정부도 강경 대응 기조를 세운 만큼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들의 신병 확보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그러나 구속영장을 신청해도 검찰 또는 법원에서 기각한다면 수사 동력이 꺾이고 당위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경찰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피의자는 의협의 주수호 비상대책위 언론홍보위원장·박명하 비대위 조직위원장·김택우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노환규 전 의협 회장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등 5명이다.
◇고발 사흘 만에 압색…"경찰도 알고 있다"
17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3.1절 휴일인 1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사무실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이탈과 관련해 주 위원장 등 5명을 고발한 지 불과 사흘 만이었다. 통상적인 수사 사건과 비교해 압수수색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수사통으로 꼽히는 시도경찰청 한 간부는 "일반적인 사건보다 압수수색 시점이 빨랐던 것은 분명하다"며 "경찰로서는 전공의 이탈 이슈를 둘러싼 사회적인 관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의협이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3일 "(의협 전현직 간부 등) 주요 피의자의 출국금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조 청장의 이 같은 발표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경찰이 출국금지 신청 여부를 먼저 밝히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사건 이후 경찰의 수사 역량이 최대치로 동원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경찰은 최근 피의자들을 매일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주말인 16일 오전 세 번째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전날(15일) 13시간 조사에 이어 고강도 소환조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경찰에 출석하면서 "(교수 집단사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더욱더 전향적인 자세, 유연한 자세로 정책을 결정해 주고 이런 부분들을 다같이 논의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의협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장기화하자 의협 내부에서도 피로감과 압박감을 느껴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호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찰이 신병 확보 시도에 고심하는 이유
경찰 안팎에서는 주 위원장과 김 위원장 등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경찰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신청하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경찰은 이르면 이달 안에 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이나 검찰이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법원은 최근 들어 여론이나 정부 대응 방향과 관계 없이 자체적인 법리 판단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시도경찰청의 한 경찰은 "현 추세라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문제는 기각됐을 경우"라며 "의료계 파행 관련 여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요건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을 때이다. 고려 조건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이다.
주 위원장 등 피의자 5명은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기고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가 없다면 경찰로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집단사직을 부추긴 주동자가 실제로 있는지 규명하는 것도 관건이다.
의사들은 "(전공의들 집단사직과 관련해)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고 개인적 사견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아직 검토해야 할 것이 많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논하기 이르다"며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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