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 시민이 대기하고 있다./사진=뉴스1
경기부진 속 고물가·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올 1월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은행들은 대출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5%로 전월 말 대비 0.07%포인트 올랐다.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0.46%)과 비교해선 0.01%포인트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5%로 전월 말(0.41%)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38%를 기록하며 전월 말(0.35%)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특히 국내 4대 금융그룹 대출의 질이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개 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 중 추정손실로 분류된 액수는 1조9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추정손실은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여신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빌려준 돈인 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눈다.

이중 추정손실은 부실채권 중에서도 가장 건전성이 낮은 단계다. 12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금융사가 회수를 포기한 채권으로 금융사는 해당 액수 전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추정손실 여신 급증은 금융사의 건전성 훼손 우려뿐만 아니라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신한금융은 7514억원으로 전년(5759억원)보다 30.5% 늘었다. 액수 자체로는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많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의 추정손실 규모는 2980억원에서 4790억원으로 60.7% 급증했다. 이어 KB금융은 2123억원에서 3926억원으로 하나금융은 2350억원에서 3430억원으로 각각 84.9%, 46.0%씩 증가했다.

4대 금융은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8조9934억원 규모로 적립했다. 이는 전년(5조2079억원)보다 72.7% 늘어난 규모다.

이에 4대 금융의 대손비용률은 평균치는 2022년 0.33%에서 지난해 0.54%로 1년새 0.21%포인트 올랐다.

대손비용률은 금융사의 자산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대손비용을 총여신 평잔으로 나눠 구하는데 대손비용률이 낮을수록 손실흡수능력과 자산건전성이 긍정적인 상태로 평가된다.

금융지주 별로 보면 우리금융의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2022년까지만 해도 0.26%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지난해 0.53%로 0.27%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0.43%에서 0.67%로, 신한금융은 0.34%에서 0.57%로, 하나금융은 0.31%에서 0.39%로 각각 0.24%포인트, 0.23%포인트, 0.08%포인트 상승했다.

대손비용률이 오르고 있지만 은행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필요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등 대내외 불확실성 등의 위험 요인을 감안해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