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계가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래픽=여누
가계통신비 인하 1등 공신으로 불리던 알뜰폰이 최근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통신비 인하 노력이 결과적으로 알뜰폰 업계를 옥죄고 있다. 이들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사라지고 제4통신사가 출범하면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한 알뜰폰의 장점이 상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금융권까지 별다른 제약 없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다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알뜰폰 업계로선 정치권이 자신들의 안전망을 마련해 통신비 경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묘안이 절실하다.
이용자 증가세 급감하는 알뜰폰… 단통법 폐지도 걱정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에서 직원들이 핸드폰을 소독 및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에 따르면 알뜰폰 성장세가 고꾸라지고 있다. 알뜰폰으로 번호이동 순수 증가량은 ▲지난 1월 7만8060건 ▲2월 6만5245건 ▲3월 4만5371건 ▲4월 2만158건을 기록해 올해부터 매달 약 이용자가 2만건 가까이 감소 추세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 5월이나 다음달엔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이 '0건'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량이 감소세로 전환한 건 2020년 5월이 마지막이다.

이는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독려에 따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내놓은 '전환지원금'(통신사 번호이동시 주는 지원금), 3만원대 5G 요금제로 알뜰폰의 강점이었던 가격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다.


통신 3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자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에게 지급하던 지원금도 쪼그라들었다. 지금까진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지원금을 아끼지 않았지만 잇따른 인하 정책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정부의 통신요금 압박으로 자체 요금 인하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단통법이 폐지 후 통신 3사의 마케팅 활동이 자유로워지는 만큼 알뜰폰 업계의 걱정도 크다. 통신 3사의 지원으로 그나마 마케팅 여력을 유지했는데 통신 3사와 경쟁하게 되면 이마저도 불가능한 탓이다.
제4통신사와 금융권, 알뜰폰 최대 난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와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2022년 7월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사업 철수를 촉구했다. /사진=뉴스1
제4통신사로서 막바지 담금질에 돌입한 스테이지엑스가 파격적인 요금제를 공언한 것도 고민거리다. 알뜰폰 업계는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특혜가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회장은 지난 5월7일 "가계통신비를 내릴 수 있는 통신 인프라가 아닌데 편법으로 로밍이나 상호접속시켜서 특혜를 준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4통신사를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혜택을 제공해 알뜰폰 고사시킨다면 통신비 부담 경감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은 당면한 최대 위협 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사업 'KB리브엠'을 은행의 정식 부수 업무로 인정했고 같은 달 우리은행 역시 '알뜰폰(MVNO) 사업 통신 사업자 제안' 공고를 게시했다. 신한은행도 해당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자본력이 월등한 은행들이 시력 행사에 나선다면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버틸 수 없다는 불안감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며 어떠한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알뜰폰 사업을 하도록 허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통신 시장을 이끌어온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한다면 지난 10년 간 애써 육성해온 알뜰폰 시장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며 "알뜰폰 업계를 지킬 수 있는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