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결정을 내렸지만 기후위기 정책과 대립한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그린벨트 표시석. /사진=김창성 기자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는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수도권 공공택지 신속 공급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이를 통해 앞으로 6년 동안 수도권에 42만7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그린벨트 해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가구 이상 신규 택지를 발굴하고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신규 택지 발표 시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 수요를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날 따로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부와 협의한 그린벨트 해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주택 공급 확대의 수단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활용하는 데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일부 그린벨트 해제는 안정적 주택 공급과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최대한 자제했지만 정부 요청에 따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세대의 시급한 주택문제 해결 등 미래세대의 주거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오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단서를 달았다. 그는 "그린벨트 내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 등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을 활용할 것"이라며 무분별한 해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오 시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최근 프랑스와 중국 출장도 다녀오는 등 대외적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지만 부동산시장 문제 앞에 이를 등졌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라는 엇박자를 내며 스스로의 철학을 무너뜨렸다.
그린벨트의 보존가치가 떨어졌다면 열심히 나무를 심고 가꿔서 다시 살릴 생각을 해야 한다. 그곳에 미래세대를 위한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다고 녹지 파괴라는 진실이 희석되진 않는다.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일대가 거론되고 주변 집값 상승 등 풍선효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최초의 명분에 힘이 실리려면 그린벨트를 해제한 땅에 아파트를 짓더라도 양도소득세 등 세금 페널티를 부과해 분양가상한제로 특혜를 받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은 터무니없고 얄팍하기 그지없는 고민이다.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기후위기'라는 말은 입에 담지도 말아야 한다.
곳곳에 미분양이 넘치는 데 주택 공급이 부족하단 분석이 과연 올바른 진단일까. 문제 해결 방법은 다른 데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정답이 아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