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에서 진행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로저스 대표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스1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30일 경찰에 출석해 9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쿠팡 측이 사건 초기 이른바 '셀프 조사'를 진행하며 증거를 인멸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후 2시 로저스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시작했다. 로저스 대표는 앞서 두 차례 경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다가 세 번째 요구에 응해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서울경찰청에 들어서며 "지금까지 모든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했고 이번에도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나 증거인멸 의혹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했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 A 씨를 직접 접촉하고 증거물인 노트북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증거인멸이나 말 맞추기 시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 없이 기업이 피의자를 접촉해 증거를 확보한 행위의 위법성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날 조사는 밤 11시가 지난 시각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당초 심야 조사(밤 9시~새벽 6시)를 염두에 두지 않았으나 외국인 피의자 특성상 질의와 조서열람에 두배 이상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경찰 측 통역 외에 로저스 대표가 대동한 개인 통역사가 함께 참여해 '이중 통역'이 이뤄지면서 진행 속도가 한층 더디다. 로저스 대표는 조사 도중 청사 내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며 조사를 이어갔다. 조사가 9시 이전에 끝났더라도 피의자 신문 조서를 확인(열람)하는 과정에서 다시 통역이 필요해 실제 귀가는 자정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이번 조사에서 증거인멸 혐의 외에도 쿠팡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쿠팡은 당초 유출된 고객 계정이 3000여개라고 발표했으나 정부 합동조사단은 3300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해 '축소 발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로저스 대표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국가정보원의 지시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 위증 혐의로 고발된 건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이번 조사를 마친 뒤 다시 출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경찰은 로저스 대표에 대해 출국 정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경찰은 추가 혐의 조사 등을 위해 로저스 대표의 재소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