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서 거래 정지됐던 파두가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아 거래가 재개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파두 한국 본사. /사진=파두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과정에서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아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언급됐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팹리스) 전문 기업 파두가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다시 거래가 재개된 파두의 재도약 관건은 회사의 미래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시장에 가득 찬 의문을 실력으로 제거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30거래일 만에 거래가 재개된 파두는 2만7600원에 거래를 마쳐 거래 정지 직전이던 2025년 12월18일 종가(2만1250원) 보다 6350원(29.88%) 올랐다.
대통령의 부실기업 퇴출의지… 매출 뻥튀기 논란 직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자본시장 활성화와 불공정거래 차단·엄벌 의지를 드러냈고 지난해 6월 취임 이후에도 금융당국을 통한 자본시장 안정화에 공을 들였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에는 자본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부실기업 퇴출 의지까지 확대됐다. 최근 이 대통령은 부실 상장기업에 대해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이라는 강경 발언까지 쏟아냈다. 기업명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 도입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전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부실 상장기업 퇴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코스닥 거래정지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파두도 부실기업 오명을 뒤집어쓸 뻔했다. 회사 경영진이 상장 전 매출 급감을 예상하고도 예상액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면서 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었기 때문이다.

파두는 2023년 8월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전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상단인 3만1000원으로 확정하며 기대감을 높였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는 총 1082개 기관이 참여해 362.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파두는 당시 몸값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주가는 2023년 8월 상장 뒤 한 달 동안 34.84% 오르는 등 순항했지만 3개월째였던 같은 해 10월에 3분기(7~9월) 실적발표와 함께 급락했다.


당시 매출 3억2100만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주가는 3거래일 동안 45% 떨어졌다. 상장 전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서 연간 예상 매출을 1203억원이라고 제시한 것과 상반된 결과가 나와 파장이 컸다. 거래소가 지난해 12월19일 코스닥 거래정지를 통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파두가 거래정지로 위기에 몰린 사이 코스닥지수는 껑충 뛰었다. 파두의 거래 정지가 시작됐던 지난해 12월19일 915.27(종가 기준)이던 코스닥은 3일 25% 뛴 1144.33으로 장을 마쳤다. 올 들어서는 거래 첫날 945.57로 시작해 21% 상승했다.
껑충 뛴 코스닥 수혜 못 봤지만… 앞으로 과제는
파두는 글로벌 반도체시장 호황 등까지 겹치며 코스닥이 상승세를 탔지만 거래가 멈췄던 만큼 수혜를 입지 못했다.

지난 2일 거래소가 "파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고, 다음날 바로 거래가 재개됐다. 장 시작과 함께 주가가 급등하며 2만7600원을 찍었고 이 금액 그대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 재개와 함께 회사 CEO(최고경영자)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 이지효·남이현 각자대표 체제에서 이 대표가 사임하고 남이현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지분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 파두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11.68%(577만6320주)인 남 대표(현재 기준 지분율 11.67%)이고 소액주주(2025년 반기보고서 기준) 비율은 51.26%(2530만2766주)다.

CEO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는 9.04%(446만1680주)의 지분을 보유해 이 대표에 이어 여전히 2대 주주다.

파두 관계자는 "각자 대표시절 이 대표는 경영 전략 등의 역할을 담당했었다"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책임 있는 자세로 회사 발전을 위해 후방에서 경영 전략 수립을 위한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거래정지가 풀린 파두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파두의 SSD솔루션 'ECHO PCIe 5.0 XDW223'. /사진=파두
상폐 위기를 벗어난 파두 앞에 놓인 과제는 시장 신뢰 회복과 재도약이다. 파두는 코스닥 거래정지가 풀려 다시 시장에 나왔지만 아직 사법 리스크는 해소하지 못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김진호)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파두 경영진 3명과 파두 법인을 지난해 12월18일 기소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파두와 상장 주관사 관계자를 전년 12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송치한 지 1년여 만이다. 해당 형사 사건 1심은 이달 26일 첫 공판이 예정됐다.

민사소송도 있다. IPO(기업공개) 공모주 투자자 측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아직 소송허가 단계에 머물러 있고 장내 매수자 측(유통시장 투자자) 소송도 별도로 진행된다.

거래 재개 첫날 주가가 뛰었지만 이를 유지하고 더 끌어올리는 것 역시 파두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195억1925만원) 같은 기간보다 251% 뛴 685억4270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60억원에 달하며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다만 최근 연이어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반등의 기반을 마련한 점은 고무적이다.

파두 관계자는 "216억원 규모의 SSD 완제품 공급계약에 대해 471억원으로 정정 공시가 이뤄지며 단일 계약 기준 창사 이래 최대 물량을 따냈다"며 "2024년 연간 매출인 435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사 대상의 203억원 규모 기업용 SSD 컨트롤러도 공급계약도 곧 매출에 잡혀 실질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독 CEO에 오른 남 대표는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그는 "스타트업에서 상장기업으로 성장해오는 과정에서 기대 부응하는 준비가 부족했다"며"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사업과 기술, 위상에 걸맞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경영투명성과 책임경영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거래재개를 기점으로 성공적인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성장과 함께 선진적인 지배구조·경영투명성을 갖춘 모범적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주주가치 극대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