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용 회로박이 동박 업체들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지만 높은 기술 난이도로 인해 시장 진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픽=챗GPT 생성이미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AI용 회로박이 차세대 고부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고난이도 기술이 요구돼 소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입지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연간 경영실적은 매출액 6775억원, 영업손실 145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9% 감소, 영업손실은 125.4% 확대됐다.

실적 부진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매출 반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인공지능(AI)용 회로박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27년까지 전지박(배터리용 동박) 중심이었던 전북 익산공장을 100% AI용 회로박 라인으로 전환해 연간 2만톤(t) 규모의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AI용 회로박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고부가 동박이다. AI 발전의 가속화로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고 대용량 데이터 처리 속도가 업계 경쟁력이 된 만큼 AI용 회로박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용 회로박은 인쇄회로기판(PCB)에 포함된 동박적층판(CCL) 소재로 활용된다. PCB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을 고정하고 구리 배선을 통해 전력과 신호를 전달하는 기판이다. PCB는 동박적층판(CCL) 등을 여러 겹 쌓아 만든다. CCL은 전기가 흐르는 얇은 구리막을 유리섬유 재질 판에 열과 압력으로 붙여 만든 소재다. 여기서 구리막이 AI용 회로박이다.

전망도 밝다. SK증권은 AI시장이 성장하며 AI용 회로박 시장 역시 2025년 1만5000톤에서 2030년 5만4000톤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높은 기술 진입 장벽으로 인해 AI용 회로박 사업 진출은 쉽지 않다.


AI용 회로박은 표면이 거칠거나 두께가 두꺼울 경우 신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매끄럽고 얇을수록 품질이 뛰어나다. 하지만 얇아질수록 생산 과정에서 주름이나 파손이 발생하기 쉬워 수율 관리가 어렵다.

경쟁 업체들이 적합한 기술을 갖추지 못해 현재 시장은 일본 미쓰이금속이 90% 이상 독점하고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A4용지 두께의 20분의 1 수준인 2~5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초박형 회로박 제조 공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회로박 표면의 매끄러움과 접착성도 우수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회로박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미쓰이금속과 비슷한 제조 수준을 갖추기 위해 고객사와 AI용 회로박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2027년까지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늘려 시장에 안착할 계획이다. CCL 제조사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AI용 회로박 수요가 공급을 추월할 거라고 예상되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센터 투자가 활발해 테스트 단계임에도 주문량이 현재 생산능력(케파) 대비 초과된 상태"라며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 생산라인 확대와 기술 개발을 앞당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