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는 약 1만2241발의 핵탄두가 있다. 러시아가 5459발로 가장 많고, 미국이 5177발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밖에 중국이 약 600발, 프랑스가 290발, 영국이 225발을 보유 중이다. 서로 앙숙인 인도가 약 180발, 파키스탄이 약 170발을 경쟁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약 90발, 북한이 약 50발 등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는 냉전 시대에 이어 다시 한번 핵무기의 위협에 떨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지금으로선 미국과 러시아가 대체 조약을 마련할 때까지 뉴스타트를 존중하면서 핵 군비확장을 하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하는 게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제일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도 선뜻 국제사회의 불안을 줄여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국제사회가 뉴스타트의 만료로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를 짚어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다자조약을 고집하면서 연장을 미뤘고, 러시아는 1년 연장만 제안하면서 영국·프랑스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양국 관계가 차가워진 것도 대책 없는 만료에 한몫했다.
뉴스타트가 만료되면서 세계 최다 핵탄두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에 대한 핵무기와 투발 수단(Delivert System·핵탄두 등을 목표지점까지 보내는 운반수단) 관련 제약이 공백 상태가 됐다. 더욱 문제는 핵군비 통제에 필수적인 상호신뢰도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전 세계에 핵 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에 유일의 핵통제 협정인 뉴스타트가 사라지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핵전력을 확산하는 상황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전 세계를 여러 차례 파괴하고도 남을 핵탄두를 보유한 것은 물론, 은밀하고 신속하게 상대로 기습할 수 있는 투발 수단을 다양하게 개발해놓고 있다. 이를 줄줄이 실전배치할 경우 분쟁을 억제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 외의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통제할 수단도 만만치 않다. 미국 국방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600여 발 수준인 핵탄두를 2030년까지 1000발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자국의 핵 반격 능력을 강화해 핵공격을 억제한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핵 군비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러시아나 미국 수준의 핵탄두와 투발수단 보유국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전승절 열병식을 보면 중국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미국 본토까지 다다를 수 있는 ICBM인 동펑-61(東風-61, DF-61)과 SLBM인 쥐랑-3(巨浪-3, JL-3)을 내보이는 등 핵전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이 그중 하나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와 미국에 비해 핵무기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핵무기 감축이나 통제에는 관심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통제를 회피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트의 만료를 맞은 미국도 핵 군비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매슈 크레이니그 부소장은 NHK에 "후속조약 체결이 현재로선 어렵다"며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2개의 핵 대국을 동시에 억지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핵전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자국 핵전력 확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최근 그린란드 사태 등으로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안보 자강을 추진하던 유럽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유럽의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은 긴밀한 핵무기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서유럽의 비핵보유국들은 핵을 포함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첨단 장거리 정밀타격무기의 개발과 획득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정밀타격무기는 긴 사거리, 정확한 타격 능력과 살상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핵전력을 위협하면서 도발에 대응할 수 있다. 재래식 무기임에도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핵전력을 억제하는 전략적 효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일부에선 이를 '전략적 비핵무기'로 부른다. 유럽은 이처럼 '전략적 비핵무기'로 불리는 정밀타격무기 개발로 재무장하면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SIPRI 보고서는 나토가 이러한 정밀 타격무기로 재무장을 진행할 경우 미래 핵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핵확산금지체제(NPT) 체제는 존속 가능할까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을 포함해 190개국이 가입한 핵비확산(NPT) 체제에 대한 영향이다. 핵보유를 안보의 제1 과제로 삼겠다는 나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핵전력 군비경쟁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SIPRI는 성명에서 이번 뉴스타트 만료가 1968년 만들어진 NPT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방 동맹국 사이에서는 미국의 핵우산과 안보보장 제공에 대한 회의가 고개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회의주의는 각국의 독자적인 핵무기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자금력과 기술력, 그리고 의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상대가 핵무기를 확보해 위협하기 전에 자신을 지킬 핵무기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이 글로벌 담론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이미 핵개발로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압박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이는 이란을 견제하려는 이스라엘의 불안을 키워 무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부추길 수 있다. 핵무기 통제가 되지 않으면 크고 작은 국지전이 전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략 핵무기는 물론 전술 핵무기의 위협도 가중될 수 있다. SIPRI는 최근 자체 추산 결과 러시아는 1477기, 미국은 약 200기의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국지전에서도 핵무기가 위협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 우려되는 것이 북한이다. 뉴스타트 만료가 세계적인 핵군비 경쟁으로 이어지고 NPT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북한은 더욱 거칠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로 NPT체제를 비롯한 국제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아왔는데, 이제 그 해제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재진입 기술을 포함한 ICBM 기술의 완성을 추구하는 등 발사체 고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하나의 발사체에 복수의 핵탄두를 장착시켜 여러 목표를 동시에 노리는 다탄두미사일(MIRB) 기술까지 손에 넣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함께 한반도 전역이나 일본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전력을 강화해 주변국을 위협할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다.
#핵무기가 AI 오작동이나 사이버 공격을 겪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AI)과 사이버 공격이다. AI가 군사 분야를 비롯한 삶의 전 분야에 걸쳐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상황에서 가공할 위력의 핵무기가 AI가 결합해 오작동하거나 사이버 공격을 받을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인류는 아직 여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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