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025년 9월24일 종가 기준 1405.00원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140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원화 약세는 전통적인 경상수지 요인보다 자본 이동 영향이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로 자본 유출 압력이 지속되면서 환율 하락 폭이 제한되는 것이다.
미국 달러도 급등세가 아닌 완만한 강세 흐름을 보인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평균 98~97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고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1400원대 환율은 단기적 고환율 구간이 아닌 굳어진 지표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환율을 예측해야 할 숫자가 아닌 전제해야 할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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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대 환율, 단기 현상 아냐… 국내 자본시장 구조 재편 ━
원화 약세 고착화는 자본시장 전반의 구조를 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환율 급등 현상이 발생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증시 조정으로 이어지는 단선적 반응이 나타났지만 최근 시장은 환율 수준 자체보다 금리 차, 기업 실적, 산업 성장성, 글로벌 유동성 같은 복합 요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국내 증시, 채권 수급 구조, 파생상품 전략까지 시장 체질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강달러 박스권' 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글로벌 시장은 매크로적인 방향성보다 지역별 성장성과 기업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글로벌 유동성이 특정 지역에서 급격히 빠져나가거나 쏠리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주고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환차손 위험을 증가시켜 채권 투자 매력을 떨어트린다.
최근에는 한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채권지수 편입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며 외국인 채권 자금이 이탈하는 모습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89억9900만원 순매도했다. 개인이 3769억3800만원어치 매도한 것에 비해 작은 규모다.
파생상품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고환율이 지속되며 현물 거래보다 선물·옵션·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환리스크와 금리 변동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코스피 파생상품인 코스피200선물의 경우 올해 들어 기관투자자의 순매수가 5조112억3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원화 약세 고착화 상황에서 환율 레벨 자체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한국 시장의 펀더멘털임을 시사한다. 기업 실적 성장률, 산업 경쟁력, 정책 모멘텀 같은 기초 체력이 유지되는 한 환율 환경이 불리해도 자금 흐름은 시장을 이탈하기보다 선별적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고령화와 저성장에 따른 해외증권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요인과 엔화 동조화, AI 투자 붐 등 순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실물 경제에 대한 충격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이어 "환율 수준에 대한 단선적 해석이 아닌 변동성 관리를 중심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는 "고환율은 더 이상 외국인 국내 증시 매수를 제약하는 요인이 아니다"며 "환율 레벨보다는 개별 기업 이슈가 더욱 중요한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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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적응할 과제…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
아울러 과거에는 환율 상승이 금융시장 불안 신호로 인식되며 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는 대응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를 자산 분산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해외 자산뿐 아니라 국내 주식, ETF, 파생상품, 금과 같은 안전자산 등 다양한 자산으로 리스크를 분산해 변동성을 완화하고 장기 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환율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환율 대응'에서 '환율 적응' 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평가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환율 상황은 고환율이 아니라 정상 환율이라고 판단된다"며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재 환율에 맞춰 다양한 경영 전략과 투자 전략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환율담당 연구원은 "고환율이라고 무조건 매수나 매도해야 한다는 관점보다는 보유 자산의 통화 노출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며 "변동성 노출에 따른 전략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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