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 가전매장 모습. / 사진=뉴스1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가전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TV를 비롯해 주요 가전 제품에 D램과 낸드 등 메모리가 사용되는 만큼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부담이 커진다.
1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범용 D램 제품인 DDR4 8Gb의 지난 1월 고정거래가격은 11.50달러로 전달(9.3달러) 대비 23.66% 올랐다. 지난해 1월 평균 가격이 1.35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1년 새 8.5배 이상 급등했다.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 1월 고정거래가격도 9.46달러를 기록해 전월(5.74달러) 대비 64.83% 치솟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서버 시장에서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고 범용 D램과 낸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격한 올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기준 D램 평균 가격의 전분기 대비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55~60%에서 90~95%로 상향 조정했다. 1분기 PC용 범용 D램 가격도 전분기 대비 91% 오를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전자·가전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노트북 신제품 가격은 동급 성능의 전작에 비해 큰 폭으로 인상됐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14인치 갤럭시북6 프로(인텔 코어 울트라5·SSD 512GB·메모리 16GB)의 출고가는 271만원으로 같은 등급의 전작 갤럭시북5 프로(205만8000원)보다 31.6% 비싸다.


TV를 비롯한 가전제품 가격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가전업계가 출시하는 스마트 가전 기기들은 앱 실행 등을 담당하는 D램과 운영체제·데이터 저장 역할을 하는 낸드가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은 PC나 노트북에 비해 메모리 사용량이 적지만 스마트 가전들의 AI 기능 고도화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최근 로봇청소기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메모리 가격 인상이 여러 제품에 걸쳐 파급되고 있다"며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많이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원가 구조와 공급 효율을 조정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 될 경우 완제품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전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가격이 인상될 경우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며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TV·가전 사업 부문에서 6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고 LG전자도 17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 수요마저 꺾일 경우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 진다.

가전업계는 구독 서비스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LG전자는 2022년부터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구독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9월 'AI 구독 클럽'에 케어 서비스를 강화한 '블루패스' 서비스를 도입해 가입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구독은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다양한 유지보수 서비스와 제휴 혜택, 할인을 통해 장기 고객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다"며 "각 업체가 구독을 새로운 성장 모델로 삼고 있는 만큼 정체된 업황을 타개할 수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