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충돌이 벌어지면 미국도 부담이다. 본토에서 1만2000㎞ 이상 떨어진 이란에서 어느 수준까지 전쟁을 감당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특히 상황이 과거 걸프전이나 이라크전과 다르다는 데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는 동맹으로 이뤄진 강력한 연합군도, 지상군 파병 등 인적·물적·시간적 준비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지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동에서 해군과 공중 전력 만을 이용해 이란을 상대해야 한다. 미군이 정보·작전·장비·인력·훈련·보급 등등에서 세계 최강이라지만 과연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의도대로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지난해 미국이 시한을 제시할 때마다 무력충돌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과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서한을 보낸 것을 계기로 4월 12일 핵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이 제시한 60일의 시한을 넘기고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이를 빌미로 이스라엘은 6월 13~24일 12일간 이란을 공습해 '12일 전쟁'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2주의 시한을 다시 제시했지만, 이를 제시한 지 사흘 만에 B-2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이번에 트럼프가 10~15일의 시한을 제시한 것이 전쟁, 공습 등 또 다른 징크스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란 폭격이 바로 이번 주말에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
반대로 트럼프의 과도한 압박이 전쟁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이란의 양보와 타협, 또는 사실상의 항복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의 극대화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지난해 이스라엘의 이란 군지도자에 대한 정밀 암살폭격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을 경험한 이란 지도부로선 이런 외부 공격의 재발은 체제 안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핵심이익 사안이기 때문이다.
# 이란, 약체 공군을 미사일·드론으로 보충…러시아 수출과 이스라엘 공격으로 재고 감소
이란 군사력의 가장 큰 허점은 공군력으로 보인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에 미국에서 들여온 F-4 팬텀, F-5 타이거, 그리고 소수의 F-14 톰캣 등 미국산 전투기가 주력이다. 여기에 소량의 러시아제 전투기가 추가되는 정도다. 이란은 경제력과 외교력의 약세 등으로 외부에서 전투기를 구입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사일과 드론 제작에 힘을 쏟아왔다.
이란은 현재 사거리 2000㎞의 코람샤르-4와 세질-2, 가드르-110 미사일과 1000㎞대의 하즈 거셈, 엠드, 거셈 바시르 미사일, 그리고 700㎞의 단거리 졸파가르 미사일 등을 운용 중이다. 사거리 1400㎞의 파타는 요격이 힘든 극소음 미사일이다.
문제는 보유량이다. 서방제제로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의 판매가 제한돼 외화 부족을 겪어온 이란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무기과 탄약 부족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이들 무기를 대량으로 수출했다. 서방과 튀르키예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러시아에 대한 다량 수출에 이어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등으로 미사일과 드론 보유량이 상당히 줄었다. 서방 정보기관은 이란이 최대 2500~3000발 정도의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수출과 12일 전쟁에서의 소모로 현재 보유량은 그 절반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CNN은 이란이 중국에서 폭약 제조 원료인 과염소산나트륨(sodium perchlorate)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에 다량을 발사하면서 미사일 재고가 크게 줄자 추가 생산으로 이를 보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약 550발의 탄도 미사일과 약 1000대의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미사일 무기고의 사정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 이란 지상병력 규모는 숫자에 불과…중동 지역엔 미군도 상당수 주둔
게다가 미군은 이란에 가까운 중동 지역에 상당수가 상시 주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지역의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하는 한편 미국의 협력국가들에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체계를 제공하고 있다.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 잡고 이란을 옥죄고 있다.
# 바레인에는 미 해군 제5함대, 카타르에는 중동 최대 미군 공군기지
카타르에는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카타르 수도 도하의 외곽에 있는 이 기지에는 미 중부사령부의 전방본부가 있으며, 약 1만 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바레인과 카타르 모두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거대한 에너지 자원의 보고 한복판을 아우르면서 바다 북쪽의 이란을 견제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지정학적 선택이다.
눈길을 끄는 것이 중부사령부가 지난 1월 이 기지에 통합작전센터인 '중동 공중방어-합동 방어작전본부(MEAD-CDOC)'를 신설했다는 사실이다. 미군과 역내 협력국가의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전력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
#이란 코앞인 쿠웨이트와 접경한 이라크, 튀르크에 미군 정예부대 주둔
쿠웨이트는 이란과 국경을 직접 맞닿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국경에서 이란의 주요 석유수출항인 아바단까지는 불과 50㎞ 정도 떨어져 있다. 세 나라의 국경이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인근에서 서로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쿠웨이트는 이라크와 이란 사이를 흐르는 샤트알아랍 수로와 불과 수십㎞ 떨어져 있다. 이 수로의 통제권 확보는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원인의 하나가 됐을 정도로 군사적·경제안보적으로 중요하다.
미군은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라크에도 있다. 미군은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에 있는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에 대거 주둔하면서 이라크 보안군을 지원하고 지역 내 다양한 작전을 펼쳐왔다. 미국이 202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란 알쿠드스군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드론 공격으로 살해하자 이란은 보복이라며 발사한 미사일이 떨어진 곳이 이 기지다. 알쿠드스군은 중동내 친이란·반미 세력 지원을 주임무로 하는 특수 공작부대다. 이스라엘 멸망과 알쿠드스(아랍어와 파르스어(이란어)로 예루살렘을 가리킨다) 수복이 명목상 운영 목적이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있는 에르빌 공군기지는 미군과 연합군의 훈련과 전투 연습. 그리고 정보공유 및 물류 거점이다. 이란과의 국경에서 멀지 않아 유사시에 어떤 역할 할지 충분히 예상된다.
# 한국이 원전 건설한 UAE의 공군기지에서 이란 정찰…사우디에선 방공장비 운용
미군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남쪽에 있는 알 다프라 공군기지를 UAE 공군과 공동으로 쓰면서 중동 지역 전반에 걸친 정찰 작전을 펼쳐왔다. 아부다비 서쪽에는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이 있다. 정예 방공부대가 주둔해 공중 공격에 대비해야 하는 곳이다. 미 해군은 UAE를 이루는 토후국의 하나인 두바이에선 제벨 알리 항을 항공모함과 다른 전투함, 그리고 보급선들이 정기 정박하는 중동 최대 최대 기항지로 쓰고 있다.
미군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약 2300명이 주둔하면서 이 나라에 공중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제공하고 역내 미군 항공기의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수도 리야드 남쪽 약 60㎞에 있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의 미군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포대 등 방공자산을 지원한다.
요르단에는 미군 정예 기동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수도 암만에서 약 100㎞ 떨어진 아즈라크에 있는 무와파크 알 살티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공군 제332 항공원정비행단이다. 이 부대는 동부 지중해 일대인 레반트 지역의 작전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부대는 정밀타격, 정보수집, 감시 및 정찰, 공중급유, 전투 수색 및 구조를 포함한 항공 작전 전반을 담당한다.
미군은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에선 동남부 아다나 주에 있는 인시를릭 공군기지를 공동 운영하면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작전을 벌여왔다. 이처럼 미군은 이란 주변에 배치하고 있는 항모 강습단은 물론 상당수 군대를 이란 주변에 배치해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만일 전쟁으로 이어지면 엄청난 규모의 전력 때문에 유혈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현지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까지 타격을 입어 피해가 전 세계 수준으로 확산할 수 있다. 특히 경제에는 직격탄이다. 전 세계가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와 향후 선택을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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