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부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오는 24일 오전 0시1분(한국시각 오후 2시1분)부터 부과하는 글로벌 관세는 기존 10%에서 15%로 인상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한 데 따른 후속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안에 서명한 뒤 이튿날 이를 15%로 전격 인상했다. 사법부 제동에도 행정력을 동원해 실질 관세 수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는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의 발동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232조는 조사 절차가 간소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즉각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실제 조사 시작부터 조치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 대응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에는 가장 실질적이고 위협적인 통상 무기로 꼽힌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15%의 관세 역시 232조에 기반하고 있어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25% 수준으로 원복될 수 있는 구조다.
무역법 301조(불공정무역) 역시 산업계가 예의주시하는 강력한 압박 수단이다. 301조는 실제 발동까지 약 9~10개월의 조사 기간이 소요되지만 한 번 시행되면 세율 제한이 없고 효력이 영구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각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플랫폼 기업인 쿠팡을 대상으로 보복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한 것도 301조 리스크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산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301조를 활용해 플랫폼 등 서비스업 분야를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자동차나 반도체 등 제조 품목에 보복 관세를 매기는 '교차 타격'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시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실익 없는 승소'로 규정하고 비상 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상호관세 무효화에도 대미 수출의 핵심 제약 요인인 232조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는 지엽적인 문제일 뿐 핵심은 15%에서 25% 사이를 오가는 232조 품목 관세와 쿼터제"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자동차를 타깃 삼아 301조 조사를 강행할 경우 수출 마진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직접 언급하며 관세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점도 경영상 부담을 가중시킨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률을 조기에 끌어올리는 등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나 국내 생산 후 수출되는 고부가가치 전기차와 SUV 물량의 가격 경쟁력 하락은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품 업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중견 부품사들은 완성차 업체의 현지화 전략에 따른 동반 진출 압박을 받고 있으나 고금리와 관세 리스크가 맞물리며 신규 투자 여력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통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단순히 미 행정부의 조치에 사후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무역법 122조 및 301조 조사의 예외 조항을 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외교적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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