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상승과 물류비 상승이 국내 페인트업체와 건자재업체에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의 모습. /로이터=뉴스1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와 물류비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페인트·건자재업체들의 사업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유가와 물류비가 급등할 경우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등 페인트업체들과 KCC·LX하우시스·현대리바트 등 건자재업체들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 전략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페인트업체들은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통상 페인트는 원유를 바탕으로 가공한 수지·안료·용제·첨가제 등 네 가지 원재료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석유화학 제품이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직접 들여오기보다는 국내 원료사를 통해 조달하지만 원료 가격은 결국 유가와 환율에 연동된다. 환율과 유가가 상승하면 수익성이 압박을 받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고환율 충격으로 페인트업체들의 실적은 악화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노루페인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9% 감소한 302억원, 삼화페인트는 49.7% 줄어든 95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유가까지 치솟을 경우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날(5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0달러로 전장 대비 보합에 머물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0.1% 오른 배럴당 74.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란 분쟁 확대로 중동 지역 에너지 수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는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재고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료사에서 수급 문제가 발생해 연쇄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자재업체들도 중동 사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창호·배관·바닥재 등에 쓰이는 PVC와 각종 합성수지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미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적인 원가 상승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KCC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8% 감소한 4486억원, LX하우시스는 37% 감소한 613억원, 현대리바트는 34.6% 줄어든 157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도 피해 확산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출지원센터 누리집과 전국 15개 수출지원센터, 중소기업중앙회 등 11개 협·단체를 통해 피해·애로 접수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수출바우처의 경우 국제운송비 한도를 3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상향한 상태(2025년)를 유지하면서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정책자금도 신속히 공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원자재·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면 결국 제품 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 침체 상황에서 물가까지 오르면 소비자 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어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