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주요 기업은 최근 중동 사태에 따른 물류망 점검에 착수했다. 현재 중동행 해상 노선이 불안정해지면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상황이다. 통상 3주였던 운송 기간이 6주(42일)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는 화장품 산업의 핵심 지표인 재고보유일수(DIO)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의 평균 DIO는 90~120일 수준이다. 42일 이상 배송 지연은 재고 회전 주기의 절반에 해당해 판매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능성 화장품이 온도·습도에 민감해 장기간 고온 환경에 노출될 경우 성분이 변질될 수 있다고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품질과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다.
중국 시장 공백을 만회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부호층을 겨냥한 시장 전략에도 변수가 생겼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라마단은 현지 최대 소비 대목이다. 이 기간 무슬림들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 금욕하며 기도와 자선을 행한다. 아라비안 걸프 비즈니스 인사이트(AGBI)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라마단 기간 뷰티 및 퍼스널케어 매출은 평시 대비 20% 증가한다. 금식 후 가족·친지 모임인 '이프타르'와 종료 축제인 '이드'를 위한 자기 관리 및 선물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올해 공급망 병목으로 하이엔드 물량이 기한 내 입고되지 못한다면 현지 백화점 및 럭셔리 편집숍 내 품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매출 손실을 넘어 어렵게 구축한 현지 프리미엄 유통망에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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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지연 대응책, 항공 운송의 딜레마━
국내 주요 뷰티 기업들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동 사업 비중이 크지 않고 대부분 유통사를 통한 물량이라 영향을 추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전반적인 영향을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직접 진출 형태가 아니라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업계 내부에서는 물류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공 운송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 긴급 항공 화물 단가는 양 및 부피에 따라 10~12배, 긴급 상황 시 최대 15배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해당 분기 영업이익률(OPM)의 하락 요인이 된다. 선박으로 늦게 도착한 제품을 재고 처리 목적으로 할인 판매할 경우 프리미엄 이미지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
제조사인 한국콜마 등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계도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플라스틱(PE·PP) 용기 및 석유화학 원료 단가 추이를 점검하고 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국제 정세가 불안한 만큼 물류비 상승 등 외부 변수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고객사의 오더컷(주문 감소) 가능성 등 비상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중동 변수는 K뷰티의 '럭셔리 전략'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을 대신할 신시장으로 점찍은 중동에서 공급망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K뷰티의 글로벌 하이엔드 시장 확장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소비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유통시장 자체가 침체되면 K뷰티의 중동 전략 전반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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