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공사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상승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오는 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며 건설업계는 노사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과 공사비 추가 상승에 대비해 현장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1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주요 건설업체들은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있다. 시공능력 30위권 내 대형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노무·법무법인과 자문 계약을 맺고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개별 현장의 노무 이슈가 본사의 교섭 문제와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원·하도급 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본사와 현장이 연계된 대응 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도 "법무법인 자문을 통해 노란봉투법의 건설현장 적용 가능성과 관련 리스크를 검토하고 대응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국내 주요 건설업체 100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는 10일부터 원청을 대상으로 ▲공휴일 유급수당 지급 ▲적정 하도급 대금 보장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국건설노조, 주요 건설업체 100곳 단체교섭 예고…불확실성 확대 전망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들은 노무법인·법무법인과 자문 계약을 맺고 내부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총파업투쟁 출정식을 연 모습.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했다. 원청이 하청업체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해당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건설업계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원·하도급 간 갈등이 확산할 것으로 우려했다.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가 원청 건설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 현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실장은 "교섭 창구 단일화와 원도급자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두고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제도의 큰 틀에서 시행령만 마련된 상태여서 정부도 운영 과정에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 혼선은 있지만 실제 교섭이 얼마나 늘어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사 갈등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지며 금융비용과 인건비, 자재비 등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비용 증가는 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인상에 반영될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자재비와 인건비가 상승하며 서울 재건축 공사비는 3.3㎡당 700만~900만원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압구정·성수·여의도 등 대형 정비사업의 경우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은 사례도 있다.

국내 최대 건설 단체인 대한건설협회는 경영 여건의 격차에 따라 기본 대응 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교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공사 기간 연장의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