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차를 주저앉힌 이들은 우크라이나 민간 드론 동호회 '아에로로즈비드카' 회원들이었다.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숲을 가로질러 접근해 중국산 드론에 수류탄을 묶어 날렸다. 60억원짜리 러시아 전차가 50만원짜리 드론에 고철 더미가 됐다. 야로슬라프 혼차르 우크라이나군 중령은 "30명이 러시아군 선봉대를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만들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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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병사가 증언한 드론의 위력━
4년 넘게 지속된 이 전쟁에서 드론은 우크라이나 방어의 핵심 무기가 됐다. 러시아는 예상하지 못한, 하늘을 나는 기계 복병의 등장으로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민간 스타트업들이 드론을 꾸준히 개량 중이다. 이 무인기의 위력을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 병사가 증언했다. "먼저 앞장선 단위(부대)들이 모두 희생됐습니다. 무인기(드론) 하고, 포 사격 때문에 많이 희생됐습니다." "거기 들어갔다가 매복에 걸려 가지고… 매복에 안 걸릴 수도 있었는데, 무인기 때문에 걸렸단 말입니다." "'마귀 무인기'라고 압니까? 아주 큰 무인기인데 폭탄을 달고 다니는… 열 영상 감지기를 달아서 밤마다 폭탄을 떨구고 다니는 무인기란 말입니다. 그게 공중에서 계속 돌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생포된 북한군 리모(26)씨가 언론 인터뷰(조선일보, 2025년 2월 19일)에서 한 말이다. 쿠르스크에 파병돼 전투를 벌이다 팔과 턱에 총상을 입고 포로가 된 그는 연신 우크라이나 드론 얘기를 했다. 드론에 부대원들의 위치가 드러나 포격을 받게 됐고, 혼자만 살아남아 숲을 헤매다 다시 드론에 포착돼 매복 사격 표적이 됐다는 것이었다. 그는 폭탄을 떨구는 드론 때문에 밤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귀 무인기'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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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작전 설계, 정교해진 미군 ━
새로운 전쟁의 시대다. 과거의 전술 공식과 전쟁 문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드론 못지않게 전쟁의 양태를 바꾼 게 또 있다. 인공지능(AI)이다. 정보 분석 및 전략 수립 AI 시스템 '팔란티어'의 창업자 알렉스 카프는 "우리는 구식 기술만 가지고 전쟁에 나섰는데, 상대는 AI 기반의 디지털 타격 체계를 능숙하게 운용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라고 주장했다('실리콘밸리와 펜타곤의 비밀 전략실 유닛 X'). 돌도끼에서 칼과 창으로, 대포로, 전투기로 진화해 온 각 시대의 전쟁 상징이 AI로 또 한 차례의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1월 3일 새벽 2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군사기지 내 안전 가옥 옥상에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 요원 20명이 헬기에서 내렸다. 그들은 자고 있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체포했다. 그리고는 다시 옥상으로 올라와 헬기를 타고 유유히 카리브해에서 기다리는 미군 함정을 향해 날았다. 방공망 공습, 통신·전력 차단, 병력 투입, 요인 압송으로 진행된 작전에 미군 인명 피해는 제로(0)였다. 시작에서 끝까지 딱 3시간 걸렸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체포된 마두로 대통령은 한나절 뒤 뉴욕 구치소에 수감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작전이 완수됐다. 미국 언론들은 정보 수집·분석, 투입 전력 선택, 작전 계획 수립에 AI가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앤스로픽의 생성형 AI '클로드'가 주목받았다.
AI의 도움을 받는 미국의 군사 작전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스마트해졌을까? 미군 '흑역사'에 답이 있다.
1993년 10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미군 특수부대원 18명이 전사하고, 73명이 부상했다. 반군 간부 색출 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을 엄호하기 위해 저공비행을 하던 미군 헬기가 소련제 휴대용 대전차 로켓(RPG-7)에 격추되면서 시가지 전투가 벌어졌다. 고도로 훈련된 미군의 최정예 요원들이 낡은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민병대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미군의 치욕으로 기록된 이 전투는 영화 '블랙호크 다운'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소말리아 내전 개입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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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전 장관 "민간 기술로 국방 혁신" ━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정부와 군은 그 속도를 따라잡기가 버겁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미국 국방부 장관을 지낸 애쉬튼 카터는 25년 전에 쓴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래의 국방 혁신은 상업적 목적을 위해 민간 기업이 개발ㆍ판매한 기술에서 파생될 것이다. 군은 상용 기술을 국방 시스템에 가장 빠르게 적용하고 도입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드론·로봇 분야 전문가인 심현철 KAIST 교수는 "최근의 전쟁에서 보듯 무인 무기는 필수 전략 물자가 됐다. 원천 기술은 미국이 앞서 있다 해도 제품화, 상용화 면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이다. 한국 기업의 연구·생산력을 국가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당장의 손익보다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 없는 전쟁'의 저자인 최재운 광운대 교수는 "안보 분야 민간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중소 방산 업체들과 스타트업들이 탄탄해져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250개 스타트업으로 드론 생태계를 구축한 것을 기억하자. 미국의 팔란티어, 안두릴 같은 AI 국방 기업들도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제도혁신연구소 이상언 소장·이무영 부소장, 정치경제부 김인한·김성아 기자, 산업1부 최유빈 기자, 증권부 이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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