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 지능화, 가성비, 속도다. 위성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와 AI는 초 단위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드론은 가성비를 앞세워 현대전의 주요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전쟁의 설계가 바뀌었다(The design of war has changed)."
2024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 대장이 던진 이 화두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에서 현실이 됐다. AI를 앞세운 미군은 개전과 동시에 지휘 통제망을 마비시키고 최고지도부까지 타격하는 압도적 역량을 보여줬다. 반면 이란은 저가형 자폭 드론을 앞세워 장기전을 꾀하고 있다. 공격과 방어 어느 쪽이든 현대전의 성패는 데이터와 무인 체계,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연결(Connected), 지능화(Smart), 가성비(Cheap), 속도(Speed)라는 네 가지 키워드에 의해 결정된다. 본지는 현대전의 판도를 규정하는 이 요소들을 'CSCS'라는 틀로 분석했다.
연결(Connected): 전장의 눈 '스타링크'
연결의 격차는 곧 승패로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이 공습 개시와 함께 이란의 인터넷·통신 인프라를 집중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사일보다 통신선이 먼저 끊겼으며, 공습 수 시간 만에 이란 내 인터넷 트래픽은 평상시의 4%까지 급락한 뒤 사실상 1% 수준에서 유지됐다. 이스라엘군(IDF) 참모총장 에얄 자미르는 "개전 24시간 만에 이란 방공망의 80%, 미사일 발사대의 60% 이상을 파괴해 테헤란으로 향하는 하늘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반대로 연결을 유지한 쪽은 전장을 지배했다. 이러한 끊김 없는 연결을 가능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 바로 인공위성으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센터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2022년 러시아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의 핵심 군사 통신망으로 가동되어 드론 조종과 실시간 전장 통신에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이 상용 위성망은 기존 군용 통신 인프라의 공백을 메우며 전선을 물리적으로 잇는 '시신경'이 됐다.


러시아도 그 가치를 절감했다. 2026년 1~2월 인폼나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대러 수출 제재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UAE)·키르기스스탄 등을 경유해 스타링크 단말기를 밀반입했다. 2026년 2월 스페이스X가 미인가 단말기 접속을 전면 차단하자 러시아군의 통신이 급격히 마비됐고, 우크라이나군은 약 2주 만에 201km²의 영토를 탈환했다.

스타링크 서비스는 전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일부 '적대 국가'는 서비스 예외 지역이다. 밝은 파란색은 현재 서비스 중인 나라, 진한 파란색은 승인 대기 중인 나라다. 검정색인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은 서비스 이용 불가 국가다. /사진=스타링크 홈페이지
현대 전장의 운영체제(OS)는 이미 실리콘밸리표 상용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됐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2023년 다보스 포럼에서 "팔란티어가 현재 우크라이나 표적 선정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히며 전장의 지능화(Smart)를 공식화했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파편화된 데이터를 통합하는 것을 넘어, AI가 적군과 장비를 식별해 타격 우선순위를 제안하는 수준까지 전장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능형 타격 체계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을 통해 더욱 치명적인 단계로 진입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번 작전에서 팔란티어가 구축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MS)'에 앤스로픽의 AI '클로드(Claude)'를 내장하여 실시간 정보 평가와 표적 식별의 'AI 참모'로 활용했다. 과거의 AI가 단순히 데이터 속에서 표적을 찾아내는 '식별'에 그쳤다면, 메이븐에 내장된 클로드는 생성형 AI 특유의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천개의 표적을 단 하루만에 제안하는 것은 물론, 공습 시 예상되는 부수적 피해와 최적의 공격 무기 조합까지 시뮬레이션하여 작전 계획 자체를 생성해낸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의 분석처럼 "데이터 통합과 분석 능력이 곧 치명성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가성비(Cheap): 전차 잡는 50만 원 드론
사진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시험 공개된 대공 요격 드론 모습. 우크라이나는 전선 피드백을 수 주 내 반영해 신기종을 6개월 안에 실전 배치하는 '주 단위'의 초단기 개발 사이클을 구축하며 기존 방산 체계의 시공간적 한계를 파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뉴시스
현대전의 세 번째 축은 극단적 가성비(Cheap)와 물량이다. 드론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서방 국방 학술지들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초 기준 러시아 전차 손실의 약 65%가 자폭 드론에 의해 발생했다. 드론 1기의 단가는 최신 전차의 1만 분의 1 수준인 약 50만원 대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드론이 기존의 값비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며 "전쟁의 경제학' 자체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와 이란 등 방어 국가들의 전략전술에는 이미 저가형 드론이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튀르키예는 이러한 드론 물량전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편승해 방산 강국으로 부상했다. 영국 싱크탱크 등 국제 안보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현재 글로벌 전투용 무장 드론 수출 시장에서 과반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드론 수출 호조에 힘입어 튀르키예의 2024년 방산 수출액은 전년 대비 29% 성장한 71억 달러를 기록했다.
속도(Speed): 조달 체계까지 뜯어고친 속도전
피트 헤그세스 장관 /사진=뉴스1
현대 전장에서 화력보다 중요한 것은 '결심과 타격의 속도'다. 미군이 이번 개전과 거의 동시에 이란의 지휘 통제망을 마비시킨 것은 타격 순환 주기(Kill Chain)를 극단적으로 압축한 결과다. 미 합참의장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물리적 타격이 개시되기 직전, 미 사이버사령부와 우주사령부가 적의 통신 능력을 선제적으로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인간의 결심 속도를 완전히 초월한, AI와 알고리즘의 압도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전쟁에서 미군의 진짜 무기가 미사일이 아닌 '실시간 배포 알고리즘'이라고 타전했다. 이란의 방어 패턴이 변하는 즉시 새로운 사이버 공습 코드를 전선에 업데이트하는 속도가 전장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례 없는 속도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수십 년간 고착화된 관료주의적 조달 체계를 전면 해체한 미국의 뼈를 깎는 혁신이 있다. 2025년 11월,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능력을 전장에 전달하는 '속도'가 이제 우리의 운영 원칙이자 억지력을 유지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선언했다. 완벽함을 기다리느니 "85% 수준의 완성도라도 즉각 실전에 투입해 전장 피드백으로 매일 업데이트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전쟁부는 드론과 AI 소프트웨어에 대해 '신속획득권한(RAA)'을 적용해 배포 승인 기한을 '30일 이내'로 명문화하며 행정 지연을 원천 차단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을 군에 이식하는 더그 벡(Doug Beck) 미 국방혁신부(DIU) 국장의 경고는 이 혁신의 핵심을 관통한다. "상용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가 군의 전통적 절차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 이제 기술을 전장에 투입하는 '속도'는 곧 국가의 생존 그 자체다."
병력 35만 쇼크, AI·무인 전력이 유일한 대안
AI와 가성비 드론이 주도하는 현대전의 패러다임 전환은, 2030년대 '상비 병력 35만 명 시대'를 앞둔 한국군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과제를 던진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집계 기준 북한 상비 병력은 128만 명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1·4 후퇴 때도 병력 차이는 2배가 나지 않았다"며, "3.6배에 달하는 병력 격차는 기존 유인 플랫폼만으로는 극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해결책은 무인 전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저출생으로 인한 병력 자원 급감이 현실화되면 기존 유인 전투 체계만으로는 전투력 유지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로의 전환"을 핵심 대응 방향으로 제시했다. RAND 보고서를 분석한 세종연구소 주광섭 연구위원 역시 "한국군은 병력 자원 감소에 대응해 유·무인 복합 전력의 표준화·대량화로 전환하지 않으면 양적 열세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제도혁신연구소 이상언 소장·이무영 부소장, 정치경제부 김인한·김성아 기자, 산업1부 최유빈 기자, 증권부 이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