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족 장기화로 향후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시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됐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 급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가운데 신설 중인 공장들이 가동되면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8일 SK하이닉스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53조3731억2600만원으로 전년(29억7958억8500만원) 대비 79.1% 증가했다. 현금흐름을 끌어올린 주요인은 당기순이익 증가다. SK하이닉스의 당기순이익은 19조7969억200만원에서 42조9479억2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는 고부가 메모리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AI 시장은 추론 능력이 업계 경쟁력을 좌우한다. 단순 학습 성능보다 실제 이용자 요청에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내놓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추론 성능을 높이려면 고성능 그래픽저장장치(GPU)가 필요하고 GPU 성능이 좋아질 수록 더 많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요구된다. 엔비디아의 초기 GPU 모델인 P100 GPU 1개엔 HBM2 4개가 필요했지만 내년에 등장할 루빈 울트라 GPU는 HBM4가 12개 탑재된다.


HBM은 공정 자체가 복잡해 증산이 어렵고 공급처도 한정적이라 공급이 제한적이다. 여러 D램을 실리콘관통전극(TSV)으로 수직 적층하는 구조여서 일반 메모리보다 공정 난도가 높고 제작에만 6개월 이상 소요돼 증산이 힘들다. HBM을 자체 개발·양산해 공급하는 기업도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뿐이다.

아마존·메타·알파벳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를 위해 데이터센터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고성능 GPU와 HBM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올렸고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청주캠퍼스에선 약 19조원을 들여 AI 반도체용 첨단 패키징 공장인 'M15X'를 신설했다.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지난해 10월 클린룸을 오픈했고 올해 상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을 삼고 약 31조원을 투자해 1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해당 클러스터에 단계적으로 600조원을 투자해 2~4공장도 세울 계획이다.


시설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음에도 수익이 이를 상회하며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통상 설비투자가 확대되면 현금 유출과 차입금 증가로 재무 부담이 커진다. SK하이닉스는 시설투자 확대에도 부채 비율이 62.2%에서 46.0%로 줄었다.

SK하이닉스의 향후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HBM4의 약 70%를 공급하는 등 SK하이닉스는 이미 주요 고객사와 올해 공급 물량 계약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캠퍼스와 용인 클러스터 내 공장들이 정상 가동된다면 새로운 고객사들과의 공급 계약 체결도 기대된다.

긍정적인 전망에도 SK하이닉스는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2월 직원들과의 소통행사에서 "시장 성장이 지속되며 우리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높아지고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며 "성과에 도취하지 말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